3·1절을 앞둔 시점에서 소셜미디어에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하는 AI 생성 영상이 등장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가 26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틱톡의 한 사용자가 지난 22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유관순 열사 관련 영상 3편을 연이어 업로드했으며, 이 영상들은 총 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열사가 방귀를 뀌며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현하자 일장기에서 입이 나타나 '나 너 싫어'라고 응답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가장 최근 영상에서는 상반신은 열사, 하반신은 로켓 형태인 기계장치가 '유관순 방구로켓'이라고 외치며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이들 영상은 오픈AI의 영상 생성 인공지능 '소라'를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소라가 참고한 자료는 3·1운동 참여 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촬영된 수의 차림의 사진입니다. 일제강점기 고문으로 인해 부어오른 얼굴이 AI를 통해 복원되면서 희화화된 것입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영상이 유머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독립을 위해 3·1운동에 참여했다가 고문 끝에 17세 나이로 옥사한 열사를 악의적으로 조롱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을 본 후 분노했다는 시민 강모씨(33)는 "향후 열사가 일장기에 경례하는 영상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실제 역사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이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천안지회장인 유혜경씨(61)는 "가슴을 칼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며 "후손들은 그분의 업적을 가리지 않기 위해 숨어 지내며 행동거지 하나하나 신경 쓰며 살아왔는데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AI 기술이 독립운동가들을 조롱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열사들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애국심과 보훈 의식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역사 속 위인들과 현대인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활용되던 기술이 이번에는 폄하 목적으로 악용된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위인 복원'의 부작용이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오픈AI는 소라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생성을 차단했습니다. 일부 사용자들이 '고인 모독' 수준의 콘텐츠를 대량 생산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현대 흑인민권운동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킹 목사가 1963년 'I have a dream' 연설 중 원숭이 소리를 내는 등 인종차별적 행동을 보이는 가짜 영상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역사학계는 이런 '조롱성 영상 복원'뿐만 아니라 AI의 근본적 부작용이 다양한 방면에서 역사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질의응답 방식으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AI 대화 서비스의 특성상,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더라도 일반 대중이 이를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챗GPT에 훙커우 공원 의거에 대해 질문하면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일제 주요 인사를 향해 도시락 모양의 폭탄을 던진 사건'이라고 답변합니다. 하지만 당시 윤 의사가 던진 것은 도시락이 아닌 물통 모양 폭탄이었습니다. 재확인 요청 시 답변은 '사실 물통 모양이었다'고 수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