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일부 책임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23일 YTN 보도에 따르면, 60대 김모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16억원이 든 예금을 해지한 후 4억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 날 해당 은행은 김씨가 돈을 보낸 계좌가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로 신고된 것을 확인하고 김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은행 직원은 김씨에게 빨리 경찰서에 가라고 안내했지만, 김씨는 이를 믿지 않고 전화를 건 직원의 이름을 요구했습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범들이 "은행 직원이라며 전화가 왔을 때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범죄조직원이니 응하지 말라"고 한 말을 믿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분간 실랑이를 벌이던 은행 직원은 결국 "좋을 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은행은 해당 계좌에 대한 송금을 정지하는 것 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보이스피싱범들은 사흘에 걸쳐 김씨에게 다른 3개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지시했고, 최종 피해액은 15억6000만원까지 증가했습니다.
김씨 측은 은행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첫날 송금 당시 은행이 이상 거래로 판단해 두 차례 거래를 제한했지만, 김씨가 주식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거래를 풀어준 점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은행 측에 3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며 4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은행 측이 피해자가 실제로 주식 투자를 위해 송금한 것인지 추가 확인 없이 임시 조치를 해제하는 등 형식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은행이 김씨 계좌가 피해 의심 거래 계좌라는 것을 인지했고 필요한 임시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 측은 당시 경찰서 방문을 권유하는 등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충분히 안내했으며, 은행 자체 판단에 따라 임의로 출금을 정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김씨 측은 피해액이 15억원을 넘어가는데도 은행이 안내 외에 추가적인 조치 없이 방치했다며 책임이 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 모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