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의 '승계 작업'은 기업을 바라보는 이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재계 내부에서도 비교와 관찰의 대상이 되는 사안입니다.
국내 주요 그룹의 오너 승계가 겉으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지분 구조만 들여다보면 여전히 과도기적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 총수 세대가 20~30% 안팎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며 지배력을 설명하던 방식과 달리, 최근 차세대 경영인들은 많게는 2~3%대 적게는 0.X%대의 지분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영 전면에는 이미 등장했지만, 자본 측면에서는 아직 완전히 '후계자'라고 천명하기에는 어려운 구간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주요 그룹 후계자들의 지주사 지분율은 상징적 수준에 가깝습니다. 구동휘 LS MnM대표(사장)의 ㈜LS 지분은 2.99%,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부회장)의 ㈜GS 지분은 2.37%에 그치고 있습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사장)는 개인 지분이 1% 미만으로 평가됩니다.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부회장)는 지배 정점인 ㈜코오롱 지분이 없고 일부 계열사 지분만 보유(코오롱인더스트리 2,441주, 코오롱글로벌 10,518주)한 단계입니다. 신유열 롯데 부사장의 롯데지주 지분도 0.03%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영 수업은 이미 시작됐지만, 지분을 통한 승계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각 그룹은 저마다의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LS와 GS는 전통적으로 일가가 분산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고, 셀트리온은 비상장 지주사를 정점으로 한 구조적 지배 체제가 핵심입니다. 코오롱은 지주사 체제 아래 경영 참여가 먼저 이뤄지는 방식이고, 롯데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장기간에 걸쳐 정리해 온 그룹입니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과거처럼 지분이 이미 넘어온 상태에서 경영에 나서는 승계가 아니라, 경영 참여가 먼저 이뤄지고 지분 정리가 뒤따르는 순서라는 점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승계 방식이 달라졌다기보다, 승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금 단계는 경영 승계와 자본 승계가 분리돼 있는 상태"라며 "지분 구조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진짜 승계 완성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규제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확대가 어려워졌고, 공정거래 규제 강화로 지분 구조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상속·증여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처럼 개인이 단기간에 지분을 집중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 됐습니다. 대신 배당, 계열 재편, 지분 교환, 구조 개편 등을 통해 시간을 들여 지배력을 맞춰가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 '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재를 승계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지분 재정비가 본격화되기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 여러 그룹이 유사한 과정을 거쳐 지배 구조를 완성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들 기업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다음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LS의 경우 개인 지분을 단번에 끌어올리기보다는 일가 간 지분 재배치나 계열 구조 정리를 통해 지배력을 정돈하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사촌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특성상 특정 인물에게 지분을 집중시키기보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지분이 이동하는 형태가 현실적이라는 분석입니다.
GS 역시 개인 지분 확대보다는 배당 재원을 활용한 점진적 지분 확충과 사업 성과 중심의 영향력 강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계열별 독립성이 강한 구조인 만큼 지분율을 단기간에 높이기보다 경영 책임과 성과를 통해 지배력을 축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시각입니다.
셀트리온은 지주사 체제의 정합성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비상장 지주사를 정점으로 한 구조에서 합병이나 지분 정리 등 구조 재편이 승계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코오롱은 이미 지주사 중심 틀이 자리 잡은 만큼 장내 매수나 증여 등 전통적인 방식이 병행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다만 지분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보다 경영 참여와 사업 성과를 통해 기반을 다지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롯데는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한 그룹으로 평가됩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계적으로 정리해 온 만큼 승계 역시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사업 재편과 지분 이동이 맞물린 장기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입니다.
결국 지금의 3세 승계는 단일 시점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영 참여가 먼저 이뤄지고 지분 정리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승계의 순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분 구조를 정리하느냐가 각 그룹 승계의 완성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