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1심 선고를 받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에 이 사태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 나오게 됩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후 3시 417호 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군·경찰 지휘부 7명도 함께 선고를 받았습니다.
선고 공판은 생중계되었으며,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혐의 내용을 설명한 후 12·3 비상계엄의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이어 각 피고인별 유무죄를 가리고 유죄일 경우 양형 이유를 밝힌 뒤 최종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을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하여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을 도모했다"며 "전례 없는 반국가세력의 중대한 헌법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검팀은 "대한민국 존립 자체를 위협한 내란 범행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 추궁은 헌정질서 수호와 형사사법 절차 신뢰, 정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비상계엄 사태가 사회 전반에 갈등과 국론 분열을 가져왔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진지한 성찰이나 책임인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25분께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계엄군은 지휘부 명령에 따라 국회로 출동해 망치와 소총으로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했습니다. 경찰은 국회를 봉쇄했습니다. 이를 뚫고 모인 국회의원들은 새벽 1시1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계엄군이 철수한 후에도 한동안 침묵하던 윤 전 대통령은 새벽 4시27분께 계엄을 해제했습니다.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사와 기소, 형사재판도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영장 집행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법원은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 첫 구속이었습니다.
공수처 사건을 인수한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작년 1월 26일 구속기소했습니다.
헌재는 4월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내란 사건 재판은 열흘 후인 4월 14일 첫 정식 공판이 열려 지난달 13일까지 43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는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고 명시합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의 목적과 구체적 실행 양상이 모두 내란 요건을 충족한다고 봅니다.
계엄 선포는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상 국민주권, 의회, 정당, 선거관리 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계엄 선포 후 무장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정치인을 체포하려 하는 등 실제 폭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야당의 정부 주요 인사 줄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을 뿐 실제 군정을 실시해 국헌을 문란케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자마자 군을 철수시키고 계엄을 해제한 것이 '경고성 계엄'임을 보여준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도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위법한 수사와 기소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애초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발부한 만큼 내란죄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특검 주장입니다.
비상계엄의 내란죄 여부 판단은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1심 선고에서 이미 나온 바 있습니다.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했습니다. 중앙지법 형사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이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명시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에서 이미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도 비상계엄에 대해 '내란죄 실행의 착수로 평가될 여지'를 언급했습니다.
내란 유죄가 인정된다면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입니다.
내란 우두머리죄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무기금고입니다. 특검팀은 반성 없이 불법 비상계엄을 정당화한 윤 전 대통령에게는 감경 사유가 없다며 사형을 요청했습니다.
형법상 자수, 미수, 심신미약 등 법률상 감경 사유가 있을 때 사형은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유기형으로, 무기형은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유기형까지로 각각 줄일 수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큰 감경 사유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선고가 진행된 417호 대법정은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된 곳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함께 법정에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이 나왔고,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된 뒤 대법원에 올라가 확정되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