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을 이끄는 박현주 회장이 "한국 부동산은 지금이 피크라고 본다"며 보유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은 부동산을 팔고 있다"고 말하며, 옛 대우증권 본사였던 여의도 사옥과 판교 테크원타워 매각 사실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업계는 박 회장의 이 발언을 무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는 단순히 박 회장이 증권 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박 회장이 그저 전망만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매각을 실행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여의도 사옥은 우리금융그룹이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거래가는 약 37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됩니다. 판교 테크원타워 역시 2조원 안팎에 매각이 마무리됐으며, 판교 업무시설 기준 최고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말이 아니라 자금의 이동으로 판단을 보여준 셈입니다.
타이밍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금리 고점 구간이 길어지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눈에 띄게 위축됐습니다. 오피스 시장은 '임차 수요 둔화', '공실 리스크 확대', '캡레이트 재조정 압력'이라는 세 갈래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비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간다"는 단순한 서사가 힘을 잃는 국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핵심지 자산을 정리했다는 것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라, 사이클에 대한 내부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피크'라는 표현을 곧바로 '폭락'이나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서울 핵심지 오피스는 공급 제약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반대로 지방과 비핵심 권역은 경기 변동에 훨씬 민감합니다. 박 회장의 메시지는 '한국 부동산 전체의 종말'이라기보다, 가격이 충분히 올라온 구간에서 유동성을 회수해 다음 기회를 준비하겠다는 리밸런싱 신호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도 함께 거론합니다. 박 회장이 2016년에도 국내 부동산 피크론을 언급하며 해외로 무게를 옮겼고, 일부 투자에서 기대에 못 미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금리 환경과 글로벌 유동성, 국내 임대차 구조가 다릅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었기 때문에 보다 더 철저한 자기검열을 통해 발언이 나왔을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장은 이번 판단을 쉽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무게감 또한 적지 않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창립 28년 만에 고객자산 1000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 7월 말 기준 국내외 총 운용자산은 약 1024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외 자산을 폭넓게 운용하는 그룹이 상징적 부동산을 정리했다는 사실은, 개별 투자자의 시황 전망과는 결이 다릅니다.
결국 이번 발언은 "부동산을 외면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가격이 오른 자산에서 자본을 회수한다"는 운용 원칙의 재확인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은 말보다 자금의 흐름을 먼저 봅니다. 박 회장의 메시지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방향'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