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 임수현 등 6명의 선정위원회가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선정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선정위원들은 지난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신작 동시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쳤습니다.
선정 과정에서 각 위원은 20~30편의 동시를 1차 추천하여 총 120편을 선별했습니다. 이후 2차 심사에서 각자 30편씩을 재선정한 결과, 시인과 작품명이 중복된 52편이 최종 후보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각 선정위원이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 1편씩을 추가 추천하여 최종 58편이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되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동시들은 거대한 변화를 외치기보다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송진권의 '무서운 집'과 김성민의 '염소 똥'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곽해룡의 '바람개비', 김철순의 '신발', 정희지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로 살아가기', 정유경의 '안개' 등은 자아를 받아들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일상적 소재로 풀어냅니다.
성명진의 '볼록 거울'은 길모퉁이 볼록거울처럼 불안 속에서 달려오는 존재들이 서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넓은 시각을 제공합니다. 김성은의 '크리스마스이브'는 무대와 관객 사이 경계를 해체하며 현실 인식을 새롭게 하고, 송선미의 '흐르는 강물 속에서 돌들은'은 돌봄이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일임을 암시합니다.
이야기 중심의 서사적 동시들도 눈에 띕니다. 김미혜의 '이야기가 지은 집'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삼촌의 삶에 중심이 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유강희의 '복돼지가 된 멧돼지'는 어미를 잃은 아기 멧돼지가 복돼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고통받는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장동이의 '문득 가을이 뭐 해, 할 때'는 고추잠자리의 이야기를 통해 다름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동시는 무력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세계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순수한 언어로 세상 곁에 머물겠다고 선언합니다. 안도현의 '뽕나무가 자란다'는 아이와 관계 맺는 순간 뽕나무가 아이를 향해 자라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오지연의 '추운 겨울날들을 위해'와 안성은의 '존경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이 스며있는 작품들입니다. 이안의 '그림자 약속'은 혼란 속에서도 곁을 지키는 목소리를 형상화했습니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는 동시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이가 세계를 처음 접하는 순간, 어른이 세계를 다시 신뢰해보려는 순간에 동시가 자리합니다. 이러한 자리는 동시가 우리 사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증명합니다.
수록된 동시들은 참혹한 순간에도 시가 가장 정직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점, 시와 세계가 맺는 불가피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