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9일(목)

법원, 김상민 전 검사 '김 여사 미술품 뇌물' 무죄... "특검 증명 실패"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 청탁을 목적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전 검사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었습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건희 여사에게 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No.800298)'를 건네며 총선 공천과 국정원 공직 인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 / 뉴스1


해당 그림은 특검이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 오빠 부탁을 받고 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 구매를 대행했을 뿐 김 여사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실제 구매했다거나, 이를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의 미술품이 김 여사에게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림 구매 당시 김 전 검사의 계좌 잔고가 마이너스 2억9000만원에 달하는 등 그림 가액인 1억4000만원을 현금으로 마련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며 "반면 김진우씨는 상당한 현금 보유력이 확인됐고, 실제 그림이 김씨 측 장모 집에서 발견된 점 등을 볼 때 김씨가 실구매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여사가 그림을 받고 좋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김 전 검사에게 들었다는 미술품 중개업자 강모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거나 번복되는 등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


강씨가 그림 전달 시점과 방법, 대금 전달 방식 등에 대해 조사 단계마다 진술을 바꿨고, 진술 번복에 대해 법정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40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7차례에 걸쳐 "특검의 증명이 실패했다"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특검의 입증 미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김 전 검사는 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2023년 12월 선거운동에 사용할 카니발 차량의 리스 선납금과 보험료 약 4139만여 원을 사업가 김모씨에게 대납시킨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 전 검사 측은 "당시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차서 급하게 자금을 빌렸을 뿐이고, 2024년 1월 출판기념회 날 3500만원을 상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출판기념회 당시 현금 3500만원을 김씨에게 돌려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돌려받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김 전 검사가 차용이라고 인식했더라도 '반환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확한 반환 약정 없이 제3자가 정치 활동 비용을 대납한 경우 사후에 갚았더라도 정치자금법상 기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 뉴스1


재판부는 "피고인은 14년 동안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서 자신의 행동의 법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기부 선납을 요청했다"며 "정치자금과 관련된 부정을 방지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이 엄격하게 정한 기부 방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비용을 반환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전 검사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판단해준 데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단은 청탁금지법 위반 무죄에 대해 "특검이 자금 출처와 그림 전달 여부에 대한 입증에 실패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특히 핵심 증인 강모씨의 진술이 법정에서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특검 수사가 확증편향에 빠져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차량 대금 선납금은 받은 지 15일 만에 반환됐고, 돌려줄 의사도 있었던 사실관계는 재판부가 인정했다"며 "다만 반환 약정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달라진 만큼 항소심에서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