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3일(화)

'폭파' 장난글 올린 10대에 7544만원 청구... 공권력 낭비 책임

고등학생이 주도한 허위 폭파 협박 사건으로 인해 투입된 공무원 규모가 633명에 달하며, 이들에게 7544만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될 예정입니다.


9일 동아일보는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고교생 조모 군과 그 일당은 2024년 9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 협박 글을 13차례 게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사이가 나빠진 또래에게 누명을 씌우거나 "학교가 휴교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 379명, 소방 232명, 군 9명 등 총 633명의 공무원이 63시간 51분 동안 현장 통제와 폭발물 수색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조 군은 지난달 공중협박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인천경찰청은 재판과 별도로 조 군 일당에게 112 출동비와 유류비 등을 포함해 총 7544만 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4년 3월 형법에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이후 최고액에 해당합니다.


2024년 10월 13일 오전 10시경 보안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야, 네가 OO고등학교 휴교시켰다며. 우리 학교도 한번 해줘"라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후 조 군 일당은 "아산시의 한 고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글을 게시했고, 이로 인해 경찰 17명, 소방 24명, 군 6명 등 총 47명이 2시간 27분 동안 수색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조 군은 인천과 경기 광주시, 충남 아산시 일대 중고교와 기차역 등을 대상으로 스와팅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특히 10월 13일 하루에만 3차례 협박 글을 올려 총 113명의 공무원이 합동 수색 작업에 투입되게 했습니다.


이들은 공권력 동원 과정을 지켜보며 조롱하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뻘글 몇 번 쓰니 짭새 XX들 소방차에 특공대에 왔다 갔다 하는 거 웃기다", "짭새들 왜 이렇게 열심이냐. 어제는 하루 종일 주변 순찰했더라" 등의 발언을 주고받았습니다. 또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고 전용 기기로 하드디스크 밀어서 증거 인멸 깔끔하게 할 거다"라며 수사 회피를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조 군 일당은 체계적인 범죄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조 군은 협박 글을 게시할 사이트 선정과 언론 동향 확인을 담당하는 '총책'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른 구성원들은 협박 글 작성 담당 '작가', VPN으로 인터넷주소를 우회해 글을 올리는 '게시자',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경찰에 신고하는 '신고 선수', VPN 설정법을 연구하는 '연구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2024년 12월 공중협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군은 5일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제민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범에게) 수법을 알려준 적은 있지만 범행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손해배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조 군 등에게 7544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 금액은 13건의 범행으로 인해 투입된 인원의 직급별 평균 호봉에 따른 시간당 인건비와 출동 차량의 주행 거리별 유류비, 특수 장비 소모 비용 등을 종합한 것입니다.


경찰은 배상 결정 후 조 군이 배상하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매년 지연손해금이 증가하며, 부모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민사 대응 수위를 높인 이유는 허위 협박 글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경찰특공대와 소방대원이 가짜 폭발물을 수색하는 동안 실제 위기 상황에 처한 시민의 구조가 지연될 수 있어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서울경찰청은 허위 협박에 대응하는 손해배상심의위원회를 매달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무관용 민사' 방침은 협박범 중 다수를 차지하는 10대를 겨냥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인 공중협박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민사로는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9월 이재명 대통령 암살 글을 작성해 구속된 협박범과 2024년 12월 삼성전자 등 폭파 협박 글을 올린 게시자도 모두 10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