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매물 부족과 임대료 급등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청년층이 주택 구매로 내몰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저금리 정책대출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과 출산 시기를 앞당기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은 2만 167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년 전 3만건을 넘었던 수준에서 크게 감소한 것으로, 2024년 1월 약 3만 5000건, 2023년 1월 약 5만 3000건과 비교하면 매물 감소세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감소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92.12에서 올해 1월 96.03으로 올랐습니다.
월세가격지수 역시 지난해 1월 120.9에서 올해 1월 131.8로 상승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실거주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세 매물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월세 시장 악화로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택 매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임대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주거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생애 최초로 구입한 건수는 6만 1159건으로 2024년보다 약 25% 증가했습니다. 특히 30대가 3만 481건으로 전체 생애 첫 매수자의 49.8%를 차지했습니다.
30대 매수 비중은 2023년 42.9%, 2024년 46%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 등 생애 주기에 진입한 30대가 전월세난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매매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득 여력이 부족한 20대(10.6%)나 이미 주택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큰 40대 이상(22.7%)과는 대조적인 현상입니다.
서울 강동구 길동역 인근 구축 빌라에 월세 120만원으로 거주 중인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B씨는 "전세는 매물이 없고 매매는 소득이 낮아 대출이 어렵다"며 "2억~3억원만 있다면 무조건 집을 샀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신생아 특례를 목표로 출산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자기자본이 부족한 청년층은 일반 금융권 대출 대신 정책대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연 1%대 신생아 특례 대출을 위해 출산 시점을 앞당기거나, 결혼식보다 혼인신고를 먼저 해 '미리내집' 등 정책 상품 자격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시행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 승인 금액은 2024년 8조 8236억원에서 지난해 9조 2014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미리내집 입주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1%가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는 정책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자 혼인신고를 미루는 '위장 미혼'을 선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행 디딤돌 대출의 신혼부부 합산 소득 요건은 8500만원입니다. 맞벌이 부부는 이 기준을 초과하기 쉽지만, 법적 미혼 상태를 유지하면 소득이 낮은 한 사람 명의로 신청해 소득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매물 부족으로 청년층의 주거 선택지가 극단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 등 민간 공급 관련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통한 무리한 매수는 가계경제에 부담을 주고 소비 감소 등 내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택공급 촉진으로 시장 매물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