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달걀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미국산 달걀을 대량 수입하여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산과 수입산 달걀의 표시 체계 차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달 30일까지 미국산 달걀 224만 개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유통했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수입 과정에서 통관 단계 현장검사와 검체 수거를 동시에 진행했으며, 동물용 의약품 잔류물질과 농약, 살모넬라균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식약처 축산물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수입·유통된 미국산 달걀은 수출 작업장별 검사 결과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수입 달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면서 난각번호를 둘러싼 소비자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산과 수입산의 표시 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난각번호를 신선도 지표로 잘못 이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달걀의 유통 이력을 추적하기 위한 관리 번호에 해당합니다.
국내산 달걀의 경우 껍데기에 산란일자 4자리, 농장 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숫자 1자리를 합친 10자리 난각번호가 표기됩니다. 반면 미국산 달걀은 국내와 동일한 체계를 적용하지 않으며, 산란일자와 사육환경을 중심으로 한 5자리 번호만 표시됩니다. 농장 고유번호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육환경 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로 구분되며, 숫자가 낮을수록 개선된 사육 환경을 의미합니다. 1번은 닭을 자유롭게 풀어 키우는 방사 사육, 2번은 축사 내 방사, 3번은 개선형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 방식입니다. 이 중 1번과 2번은 동물복지 인증 계란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육 방식에 따른 스트레스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영양 성분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달걀의 신선도를 판단하는 가장 직접적인 기준은 난각번호 앞 4자리인 산란일자입니다. 가금 업계에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 대부분이 냉장·선도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 특정 제품만 유독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달걀을 깨뜨렸을 때 노른자와 흰자가 과도하게 퍼지지 않는다면 비교적 신선한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노른자 색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노른자가 진한 색을 띠면 더 영양가가 높거나 신선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노른자 색은 닭이 섭취한 사료 속 크산토필 등 카로티노이드 함량에 따라 달라질 뿐, 영양 성분이나 신선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옥수수·밀 위주의 사료를 먹으면 옅은 노란색, 파프리카나 풀 성분이 많은 사료를 먹으면 진한 색의 노른자가 형성됩니다.
삶은 달걀에서 노른자가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현상 역시 자연스러운 화학 반응입니다. 노른자 속 철분과 흰자 속 황 성분이 결합해 황화철이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영양 손실이나 건강상 문제는 없습니다.
달걀 껍데기 색 또한 품질과는 무관합니다. 갈색 닭은 갈색 달걀을, 흰색 닭은 흰 달걀을 낳는 유전적 차이일 뿐 영양이나 안전성의 차이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