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후보자 교체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이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2주 동안 보좌관 갑질 논란, 상속·증여세 회피 의혹, 장남 논문 '아빠 찬스' 의혹, 서울 서초동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과거 낙마한 장관 후보자 사례와 달리,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일 "청문회까지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받아봐야 한다"고 밝힌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제3자의 추천이 아니라 대통령 픽(pick·발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옛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할 때부터 "예산처 장관은 '보수 전문가'로 지명한다"는 방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정책 콘트롤타워인 재경부를 정통 경제 관료 출신 구윤철 경제부총리에 맡기는 대신, 예산처 장관에 보수 성향 전문가를 앉혀 '나라 곳간 지기' 역할을 맡기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 사장을 지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이혜훈 후보자가 만난 것은 2020년 3월 26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주제로 열린 MBC '100분 토론'이 유일합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던 이 후보자는 찬반 패널로 반대편에 앉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지금은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 완성기엔) 도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경제학의 '처닝 이펙트'(Churning Effect·국가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뒤 이를 보조금으로 되돌려주는 현상)를 거론하며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돈값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별 복지가 옳다는 취지였으나, 이 대통령은 웃으며 "100%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생각은 달라도 말이 통하는 보수 전문가'로 이 후보자를 평가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보수 성향 경제 전문가를 추가로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진영을 넘어 모셔온 사람에게 청문회에서 해명도 듣지 않고 낙마 운운할 수 있겠느냐"며 "통합형 인사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청와대가 버티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최근 전화면접 조사(6~8일)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지난해 12월 16~18일)와 비교해 55%에서 60%로 5%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 후보자 논란에도 '인사'는 이 대통령 부정 평가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적합 16%, 부적합 47%'로 부정적이었으나, 이 대통령 지지율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매일 같이 공격하는데, 우리 쪽 지지율이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국민은 이 후보자를 '국민의힘이 데리고 있던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