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사망한 밀실 살인 사건이 재조명됐습니다. 당초 매형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부검 결과 남동생의 몸에서 누나가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지난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른바 '부산 밀실 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29일, 정수혁(가명)씨가 누나 정미애(가명)씨 부부의 집에 머물던 중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미애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녀가 오후 5시 47분쯤 외출할 당시까지 동생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8시 5분쯤 귀가한 미애씨는 집안 불이 꺼진 상태에서 남편 박씨(가명)가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때 미애씨는 거실에서 담요를 덮은 채 끈에 목이 졸려 숨져 있는 동생을 발견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7시쯤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집안에는 피해자와 박씨만 있었던 상황이었고, 두 사람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점이 알려지면서 박씨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미애씨 역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남편의 범행을 의심했습니다. 그녀는 "동생이 수면장애, 우울병, 공황장애로 처방받은 약을 블랙커피에 타서 마신 것이 평소 블랙커피를 즐기는 남편의 범행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탈북민이라는 편견을 갖지 말고 공정하게 수사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박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전혀 다른 증언을 했습니다. 이들은 박씨가 생전 처남과 사이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가족들에게 헌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 발생 13일 후, 박씨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매형 박씨가 처남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 사건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였습니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 누나 미애씨가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애씨가 동생 살해 혐의를 받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미애씨가 시신을 발견한 지 40분이 지난 후에야 신고한 점, 112에 직접 신고하지 않고 보험 설계사 지인에게 먼저 연락한 점을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이에 경찰은 해당 사건을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는 "박씨가 확증도 없는 상태에서 주변의 의심만으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애씨에 대해서도 "정교하고 완벽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밀실 살인에 타살이기 때문에 둘 중의 한 명이 범인인 상황인 만큼, 둘 중에 남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유무죄 판단이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최근 살인 혐의로 50대 미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3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미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