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발생한 사망 사고, 2025년 비용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천 부평 재개발 현장에서 노동자 한 명이 추락해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은 '1천만원 벌금' 판결을 내렸지만, 그 기록은 신용평가 보고서의 위험 요인으로 이어졌습니다.
포스코이앤씨의 신용등급 전망은 일제히 '부정적'으로 조정됐고, 떠안게 될 부담은 벌금 1천만원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포스코이앤씨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단순한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닌, 반복된 안전사고·평판 하락·미분양 누적·해외 공사 원가 부담·영업현금흐름 악화·부채비율 상승 등이 한번에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등급은 세 기관 모두 A플러스입니다. 등급은 유지됐지만 전망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등급 조정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먼저 나이스신용평가는 사업 안정성 약화와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지적했습니다. 장기 미회수채권 대손 반영, 신안산선 사고, 폴란드 EPC 현장의 추가 원가 투입 등이 영업손실을 키웠다고 봤습니다. 단기간에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예측했습니다.
운전자금 회수 지연과 공사 중단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을 보면 150%가 넘습니다. 연말까지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면 향후 자금조달 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안전사고'와 '미분양'에 주목했습니다. 미분양 관련 매출채권이 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본 것입니다. 반복된 안전사고가 주택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주고, 신규 수주에도 제약이 생길 경우 사업경쟁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 약화와 영업 적자를 근거로 재무 부담 확대를 지적했습니다. "추가 손실과 평판 리스크 가능성, 안전사고 관련 행정처분 여부, 재무 구조 개선 계획 이행 여부 등을 향후 모니터링하겠다"며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평가의 핵심적 이유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입니다.
2021년 8월 인천 부평구 재개발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도 그중 하나입니다. 포스코이앤씨가 1476억원 규모로 수주한 현장이었고, '포스코이앤씨 소속' 현장소장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이동식 크레인 줄걸이 작업을 마친 뒤 사다리를 내려오다 추락했습니다. 사다리에 안전 난간이 없었고, 추락을 막을 안전대 고정 장치도 없었습니다. 설치 매뉴얼에 맞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작업해야 했지만, 계획 수립과 실행 모두 매뉴얼과 달랐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타워 크레인 임대업체와 21억원 규모로 계약했고, 이 업체는 설치·해체 전문업체에 재하도급을 줬습니다. 법원은 이 구조에서도 원청과 현장소장이 작업계획서의 적정성과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설치 매뉴얼과 다른 작업계획서를 검토 없이 승인했고, 그 결과 안전조치가 미흡했다고 봤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포스코이앤씨와 현장소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청업체 두 곳과 임원 두 명에게도 산안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물어 각각 500만~700만원의 벌금을 내렸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었기에 기존 법령에 따라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형사 사건으로 결론이 나 회사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은 '벌금 1천만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기업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은 훨씬 커졌습니다.
신용평가사가들의 평가는 법원의 판결보다 더 뼈아픕니다. 반복된 안전사고, 평판 리스크 확대, 행정처분 가능성, 브랜드 신뢰도 약화, 신규 수주 차질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벌금형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장 판단은 신용 리스크로 옮겨갑니다.
안전사고는 브랜드 이미지에 반영됩니다. '포스코 더샵(THE SHARP)'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악화는 분양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분양 부진은 미분양 확대로 이어지고, 미분양은 매출채권과 재고로 남습니다. 기업 재무에 크나큰 부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현금흐름은 약해지고, 운전자금 부담이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오릅니다. 신용평가사는 이 흐름 전체를 보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는 "고금리와 분양시장 침체 등 건설업 전반의 어려움이 신용평가에 반영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안전관리 강화와 체질 개선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 재해조사 통계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가 8건, 사망자는 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낸 대형사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고, 올해만 놓고 보면 신안산선 공사 현장 등을 포함해 5명의 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포스코이앤씨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안전'으로 보입니다. 설치 매뉴얼과 다른 작업계획서, 안전장치가 없던 현장의 기록이 시간이 지나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사고는 과거에 일어났지만, 그 비용은 앞으로 치르게 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가 부정적 전망을 지우려면 사업, 재무, 안전을 따로 볼 수 없습니다. 현장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무제표의 숫자도 안정적으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