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국힘 "계엄이 일상 됐다" vs 민주 "24시간 필버로 생떼 정치"... 대화·타협 실종된 국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반대를 위해 22일 오전 11시 40분부터 23일 오전 11시 40분까지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헌정사상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제한 토론에 나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존 최장 기록인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을 6시간 48분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입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토론에서 "내란전담재판부와 같은 특별법원을 법률로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무엇이라 부르든 반헌법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뉴스1


장 대표는 "정치 권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해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성을 없앴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장 대표는 비타민 물과 구강 스프레이, 지압볼에 의지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허락을 받아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자유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의 책을 연단에 가져온 장 대표는 21일 오후부터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장 대표가 토론을 마친 후 마무리 발언 없이 단상을 내려가자,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60여 명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본회의장 밖에서 장 대표는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습니다.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2심부터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장 대표가 대여 투쟁의 최선봉에 직접 섰다"며 박수를 보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일종의 코미디"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될 때"라며 "처리해야 할 것은 산더미인데 생떼도 이런 생떼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장 대표와 함께 본회의장을 밤새 지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정치권을 지적했습니다.


여야의 대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사회 거부가 계속되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 있다"며 23일 오후 11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사회를 맡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주 부의장은 "사회 거부는 의회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거부권 행사"라며 거부했습니다.


우 의장은 "과도한 피로에 의해 건강상 불가피하게 무제한 토론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며 "불가피한 사유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 정회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정회 가능성에 대비해 오후 10시 반 본회의장에 모여들었고, 양당 원내지도부가 각각 집결 공지를 돌리며 여야는 출구 없는 대치를 이틀 내내 이어갔습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를 내지 않아 리더십 위기를 맞았지만, 19일 충청 지역을 찾아 '변화'를 14번 강조한 데 이어 24시간 필리버스터까지 완수하면서 당내 결집을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