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MMA 무대 찢은 제니... 15m 베일부터 금박 재킷까지, '한글 의상'에 숨겨진 의미

'무대를 찢었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완벽한 공연이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가 음악 시상식의 밤을 하나의 서사로 빚어냈습니다. 화려함 너머의 의미, 그리고 한글로 꿰어낸 정체성까지.


이번 무대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제니라는 세계'의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멜론뮤직어워드


제니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첫 솔로 정규앨범 '루비'로 대상인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대상과 함께 '톱10', '밀리언스 톱10'까지 거머쥐며 올해를 관통한 이름이 누구인지 또렷하게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트로피보다 무대였습니다. 제니는 '서울 시티(Seoul City)', '젠(ZEN)', '라이크 제니(like JENNIE)' 세 곡을 유기적으로 편곡해, 외부 세계에서 내면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출발해 집중과 균형을 지나 '온전한 나'에 도달하는 구조였습니다.


첫 곡 '서울 시티' 무대에서 제니는 약 1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베일을 두르고 등장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베일에는 한글 최초의 가사집으로 알려진 '청구영언'의 구절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태극기의 푸른색을 중심으로 한 색감은 도시의 빛과 소음 속에서도 느껴지는 익숙함과 안정감을 상징했고, 한글은 그 도시를 살아온 '나'의 뿌리를 드러냈습니다.


르쥬 공식 인스타그램


이어진 '젠' 무대에서는 외부의 소란을 통과해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졌습니다. 절제된 동선과 분위기 속에서 균형과 집중이 강조됐고, 무대는 점점 불필요한 장식들을 덜어내며 제니라는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지막 '라이크 제니'에서는 50여 명의 댄서들이 합류해 메가 크루 스케일의 퍼포먼스를 완성했고, 여정의 끝에서 마침내 '자기 자신'에 도착한 모습을 힘 있게 찍어냈습니다.


멜론뮤직어워드


'청구영언'이 새겨진 베일을 비롯한 의상은 이 서사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저고리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은 한국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니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물렸습니다.


의상을 맡은 국내 패션 브랜드 '르쥬(LEJU)'는 "이번 무대 의상의 가장 큰 영감은 제니가 오랜 시간 간직해온 한국과 한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며 "어둠 속 무대 위에는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노래 가사집 '청구영언'의 구절이 새겨진 약 15미터 길이의 베일이 드리워진다. 이 베일은 얼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원과 정체성을 마주한 순간을 의미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베일이 걷히며 드러나는 한글은 그녀의 이름을 처음 불러준 언어이자,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베일을 벗자 드러난 의상에 대해서는 "반가사유상 복식의 영감을 받은 구조적인 어깨 라인의 가운에 장인의 병아리 매듭 노리개를 더해 고요하고 단단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멜론뮤직어워드


'젠'과 '라이크 제니' 무대의 의상에 대해서는 "한국 전통 복식의 동정과 고름에서 형태적 영감을 얻어 서양 복식의 코르셋 구조를 결합해 실루엣에 긴장과 입체감을 더하며 여성의 몸이 지닌 힘과 균형을 드러냈다"며 "하의는 펜화 기법을 활용해 노리개와 은장도 등 한국 공예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아냈고, 생사 댕기 매듭을 더해 볼륨을 더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무대에서 한글은 더 이상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기억이자 그녀의 목소리를 만들어온 시간의 층으로 존재한다. '나는 이 문자로 나의 이름을 다시 쓰고 있다', '이 언어는 나를 가둔 적 없고, 오히려 나를 더 멀리 데려갔다'. 마지막 무대에서 한글은 상징이나 장식이 아닌,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가 끝내 붙잡아온 가장 개인적인 힘이 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좌) 멜론뮤직어워드, (우) 르쥬 공식 인스타그램


이어 "마지막 곡은 금박장이가 약 200시간에 걸쳐 2,000여 개의 '제니'라는 이름을 새긴 아우터와 함께 시작된다. 이 옷은 장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 부르며 스스로를 증명해온 시간의 기록이다. 과거의 모든 층을 지나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온 제니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정의하는 현대적인 여성상을 완성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르쥬는 또 제니가 상을 받으며 착용한 드레스와 댄서들의 의상까지 모두 한국적 요소를 담아 제작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멜론뮤직어워드


수상 소감에서도 제니의 시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를 함께 향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올 한 해는 저에게 굉장히 의미가 깊다"며 "첫 솔로 앨범도 나왔고, 연말을 기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 앞으로도 멋있는 음악을 하는 제니가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56분에 멜론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제니의 MMA 무대 영상은 22일 오전 10시 기준 무려 564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