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일)

"꿈속에라도 나와줘"... 제주항공 참사로 가족 잃은 아빠의 절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주기를 앞둔 20일, 유족들은 서울 도심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유족 단체는 이날 오후 보신각 앞에서 국토교통부와 함께 '시민추모대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에는 유족 40여 명을 포함해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겨울비 속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진실을 규명하라', '책임을 밝혀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독립적 사고조사위원회 즉각 설립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뉴스1


참사로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김영헌(52)씨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김씨는 "'너희를 기억하기 위해 나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가버린 너희의 삶이 너무 원통하다"며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빠답게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 아무도 꿈속에 나오질 않아 서운하다. 누구든 꿈속에 나와 응원해달라"고 흐느끼자, 현장에 있던 유족들도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김유진 유가협 대표는 "179명이 희생됐지만 국가는 아직 단 한 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유족에게 진짜 위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강희업 국토교통부 2차관은 "(진상규명) 과정에서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낀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정부가 유족 여러분의 곁을 지키며 더 촘촘하고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족 대부분은 추모사에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산업재해 등 각종 사회적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도 함께하며 연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김종기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의 책임이 말단에만 머무르니 사회의 변화도 더디다"며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날까지 함께 견뎌내자"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지난 19일부터 '진실과 연대의 버스'를 타고 전국의 참사 현장을 돌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주기 당일인 오는 29일에는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을 열 계획입니다.


뉴스1


한편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다른 집회도 이어졌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