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8년 차 40대 후반 여성이 연말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최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여성 A씨는 띠동갑 연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공개했습니다. A씨는 "결혼 당시 제가 29세였는데, 주변 친구들 중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결혼하는 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친구들은 농담 섞인 목소리로 "오빠가 아니라 아빠 아니야?"라고 놀렸지만, A씨는 "아니야. 또래보다 생각도 깊고 듬직해서 마음에 든다"며 남편을 옹호했습니다.
반대로 41세에 결혼한 남편의 친구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며 "생전 나 부러워하지 않던 녀석들도 배 아파 죽으려고 그런다. 이게 다 당신 덕분이야. 내가 와이프 하나는 잘 얻었어"라고 뿌듯해했습니다.
남편은 친구 모임에 나갈 때마다 젊어 보이려고 애썼고, 실제로 "절대 그 나이로 안 보인다.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다. 비결이 뭐냐"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연년생 남매를 낳은 후에는 더욱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애들이 대학 갈 때 되면 나 환갑이다"라며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애들이 내가 학교 데리러 갔는데 나보고 부끄러워서 도망가는 악몽을 꿨다"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A씨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귀여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50세를 넘기면서부터 연말마다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울 증세가 시작된 후 남편이 "나 몇 살로 보여?"라고 물었을 때, A씨가 "내가 아는 50대 중에 제일 멋있지"라고 답했다가 보름 정도 미운털이 박혀 혼쭐이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몇 년 동안 A씨는 남편의 기분을 달래주려고 연말마다 콘서트 티케팅에 도전해 공연을 보러 가고, 호캉스와 해외여행을 다녀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호텔에는 죄다 나이 든 사람들만 오나 봐. 이젠 장거리 비행도 너무 힘들다"며 투덜거렸고,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예전 같지 않다"는 하소연만 늘어놨습니다.
A씨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 유독 심해졌다"며 "매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트리 만들면서 보내왔는데, 올해도 12월 들어서면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방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늦게 혼자 거실에 나와서 트리를 보며 구슬픈 노래를 듣더라"며 "나중에 슬쩍 물어보니 '내가 벌써 환갑이라는 게 안 믿겨. 결혼할 때만 해도 먼일 같았는데'라며 한탄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시간이 흐르는 걸 어떻게 막나. 멋지게 나이 먹자'고 말하며 애써 위로했지만 남편의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급기야 딸이 상담을 권하자 남편은 굳은 표정을 짓더니 가출까지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형진 평론가는 "저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가을을 많이 탄다. 괜히 우울해지고 '나는 이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인가' 싶고. 가을 탈 때마다 아내가 위로해 줬다"며 "다음 해부터는 놀리기 시작했다. 저도 괜찮아진 건 아닌데 이해하면서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평론가는 "아내도 애써 위로하려고 하지 말고 매년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기시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사실 이럴 때는 노화, 죽음, 불안 이런 거에 대해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나 제삼자한테 얘기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털어놓을수록 많이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