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수)

코로나 감염 후 '집중력·기억력' 저하, 기분 탓 아니었네... 이유 찾았다

코로나19 감염 후 많은 환자들이 호소해온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증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실제 뇌 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10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인지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코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1)을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쥐들은 숨겨진 플랫폼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저히 늘어났으며, 학습과 기억 능력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특히 낯선 환경에서 불안 행동이 증가하는 등 실제 코로나19 환자들이 경험하는 인지 저하 증상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S1 단백질이 뇌에 침투해 신경세포 간 연결 기능을 방해하고, 기억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NMDA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S1 단백질 투여 6주 후 쥐의 뇌 해마 부위에서 신경세포 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또한 치매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독성 단백질인 '타우'와 '알파 시누클레인'의 축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뇌 손상 위험성이 제기됐습니다.


질병관리청



하지만 연구진은 희망적인 결과도 함께 발견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을 함께 처리한 실험에서는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되고 독성 단백질 축적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병리 기전을 밝히고,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이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임상 연구를 통해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간 증상을 겪는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근거 기반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