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9일(화)

최종현학술원,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 공개

전 세계가 AI 기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발전 확대 경쟁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원자력 협력 전략을 담은 종합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최종현학술원은 9일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1월 '한미 원자력 동맹의 심화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개최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사진 제공 = 최종현학술원


해당 회의에는 원전, 소형모듈원자로, 핵연료주기, 핵추진 잠수함 등 원자력 전 분야의 주요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미 원자력 협력의 실질적 방향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보고서 집필에는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황용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원자력산업학과 석학교수,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 남명렬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 연구교수,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인도·태평양 안보연구실 연구위원, 박노벽 전 주러시아대사,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이나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신동익 전 주오스트리아대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발간사에서 "원전, SMR,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는 개별 기술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장기 국가 전략을 결정하는 과제"라며 "한미 공조 확대와 국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한국은 동맹과 비확산 체계 내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산업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설계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AI 시대 전력 인프라 재편, 원자력이 핵심 해법


보고서는 미국이 300GW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선언한 배경으로 AI 시대의 최대 병목인 전력 공급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미중 간 전력설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기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발전·송전·배전 등 전력 장치 산업 전반이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손 교수는 한국의 원전 EPC 역량이 이미 글로벌 표준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UAE 바라카 3·4호기와 새울 1·2호기만이 예산과 공정을 모두 지킨 유일한 프로젝트"라며 "혹독한 사막 환경에서도 성과를 낸 것은 APR1400의 설계·건설·운영 능력이 국제적으로 검증됐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손 교수는 한국이 원전 강국임에도 핵연료 주기와 원천 기술 부문에서는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EPC·운영·사업관리 역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차세대 SMR 설계·지식재산권·외교력·기술 원천성에서 우위를 가져 양국 역량이 "비대칭적이지만 상호보완적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력 3대 핵심 축 제시


보고서는 한미 원자력 협력을 단순한 기술 교류 차원이 아닌 전략적 산업 생태계 구축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협력의 핵심 축을 핵연료주기, 대형 원전 설계·조달·시공 및 운영·유지보수, 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 등 세 분야로 구분하며, 이 영역에서 구조적 파트너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순도 저농축우라늄 확보를 단기·중장기 국가전략의 최우선순위로 규정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HALEU 생산시설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해 기술·산업 협력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공동 연구개발과 오프테이크 계약을 통해 핵연료 공급망의 안정성과 상용화 속도를 높여 글로벌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라늄 농축, 민수용 명확화가 비확산 신뢰의 관건


황용수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수요량이 약 400만 SWU 수준으로 "경제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32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수요량에 해당합니다"라며, 미국에 농축 허용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 수요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한미 원자력 협정이 민수용에 한정된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이 원칙을 군사적 이용과 섞어 논의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MR 기술력과 미국 규제 신뢰성 결합 시 '게임체인저' 가능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장은 "SMR 확장을 위한 한미 협력은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탈탄소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무탄소 기저전원 대안이 사실상 원자력으로 수렴된다는 점을 들어 글로벌 빅테크와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이미 여러 SMR 업체와 협력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SMR 경쟁력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원전 공급망, 한수원의 EPC·운영 실적, 그리고 국내 산업계의 실수요가 결합된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략적 선택과 단계별 검증 필요


보고서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략적 가능성과 단계별 검증 과제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잠은 잠수함의 은밀성과 핵추진의 지속성을 결합한 전략 자산"이라며 "한국형 핵잠이 미 전략 자산의 공백을 보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연합 수중전력의 '기동적 억제력'을 분담하는 구조로 설명해야 미국의 실질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핵잠 논의의 쟁점은 이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규제체계를 갖출 것인가로 이동했습니다"라며 향후 과제로 부지 선정, 지역사회 갈등 관리, 군 전용 원자로 안전 규제 마련, 사용후핵연료 처리,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협정 준수 등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핵잠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국방 예산의 현실과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은 "핵잠을 단순히 '게임체인저'로 보는 막연한 기대는 위험하다"며 "어떤 농축도를 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설계, 임무, 비용이 모두 달라집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유석 대표는 "이번에 우리가 확보한 것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 못지않게, 그 선택이 국가전략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유연하고 최적화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본 보고서의 전문은 최종현학술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