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요 도시들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꼽히며 공중보건 위기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도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최대 25배까지 초과하는 가운데, 수만 명의 시민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대기질 솔루션 기업 IQAir가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공해가 심한 도시(2024)'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PM2.5 오염 상위 10개 도시 중 6곳이 인도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르니핫이 128.2㎍/㎥로 1위를 차지했으며, 델리 108.3㎍/㎥, 몰람푸르 102.3㎍/㎥, 파리다바드 101.2㎍/㎥, 로니 91.7㎍/㎥, 뉴델리 91.6㎍/㎥ 순으로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이외에도 콜카타와 뭄바이를 포함해 총 38개 인도 도시가 심각한 대기질 악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PM2.5는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로,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작은 입자가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거나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오염물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연평균 권고 기준을 5㎍/㎥ 이하로 설정하고 있으나, 올해 인도 주요 도시들의 오염도는 이 기준을 18~25배나 웃도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PM2.5(초미세먼지) 등급은 0~50의 경우 '좋음', 51~100은 '보통' 수준으로 비교적 안전합니다. 101~150은 '민감군에 나쁨', 151~200은 '나쁨' 단계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201~300은 '매우 나쁨'으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301 이상은 '위험' 단계로 모든 사람에게 심각한 건강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됩니다.
심각한 대기오염은 이미 시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영국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정부 자료를 인용해 델리 수도권에서 2022~2024년 사이 최소 20만 건 이상의 급성호흡기질환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델리 지역 주요 병원 6곳의 진료 현황을 보면 2022년 6만 7054건, 2023년 6만 9293건, 올해 6만 8411건의 호흡기 질환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같은 기간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만도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델리 및 인근 수도권 지역의 인구가 3000만 명을 초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전체가 독성 공기에 노출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독한 공기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BBC는 "델리 병원들에 어린이 환자들이 대기 줄을 서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일반 보건용 마스크는 물론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 시위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극심한 대기오염이 인위적 배출원과 기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부 농촌 지역에서는 매년 대규모로 농작물 잔재물을 소각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연기가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스모그 층을 형성합니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과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난방용 석탄 및 바이오매스 연소가 더해져 오염 수준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 역전 현상과 약한 바람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상층 대기로 확산되지 못하고 도시 상공에 덮개처럼 갇히는 '정체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차량 홀짝제 운행, 농작물 소각 금지 조치, 인공 강우 실험 등 여러 개선 방안을 도입했지만, 오염 배출의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IQAir는 "정부 차원의 구조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도의 대기질은 겨울철 내내 위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시적인 바람이나 강우로 개선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오염 환경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으로 창문 차단과 재순환 환기, KN95·FFP2급 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가동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인도와 비교할 때 한국의 대기질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 주요 도시들도 '주의 단계' 수준의 오염에 노출되어 있어 미세먼지 취약 계층 보호와 장기적 관리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