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여행가방 안에서 발견된 두 남매... 뉴질랜드 법원, 한국인 엄마에 '종신형' 선고

뉴질랜드에서 7년 전 어린 남매를 살해하고 여행가방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여성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최소 17년간 가석방을 불허하는 중형을 내렸습니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이 모 씨(44)에게 살인 혐의 유죄를 인정하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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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피고인은 삶 전체를 지탱해 주던 무언가가 무너졌고, 그 상실을 아이들 주변에서 계속 마주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그 어떤 사정도 취약한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AFP는 선고 과정에서 이씨가 통역사와 경호원 사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씨는 2018년 6~7월 사이 9살 딸과 6살 아들에게 항우울제를 섞은 주스를 먹여 숨지게 한 후, 시신을 여행가방 두 개에 나눠 담아 오클랜드의 한 창고에 버린 혐의를 받았습니다.


범행 후 즉시 한국으로 도주해 이름까지 바꿨으나, 2022년 울산에서 체포되어 뉴질랜드로 송환되었습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우연한 발견이었습니다. 이씨가 경제적 곤란으로 창고 임대료를 체납하자 보관 물품이 경매에 나왔고, 낙찰받은 뉴질랜드인이 가방을 열어보다가 남매의 유해를 발견한 것입니다.


뉴스1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이씨를 추적했고, 범행 4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재판에서 이씨는 "남편의 사망 이후 우울증을 앓아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뉴질랜드로 이주해 시민권까지 취득했던 이씨는 범행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은밀히 생활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남편을 잃은 후의 혼란스러운 삶과 감당하기 어려웠던 양육 부담 등이 거론되었지만, 법원은 "아이들에게 가해진 고통과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며 종신형을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