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엽기토끼 사건'으로 알려졌던 신정동 연쇄살인범, 20년 만에 '특정'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가 20년간 미해결 상태였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최종 특정됐습니다. 


다만, 피의자는 연쇄 살인 사건의 별칭이 붙은 계기가 된 2006년 '엽기토끼 신발장 납치 미수' 사건 범인과는 동일범이 아닌 거승로 확인됐습니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를 희생자들이 방문한 빌딩의 당시 건물 관리인이던 A씨로 최종 특정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이미 10년 전 사망한 상태로, 사건은 불송치(공소권 없음) 처리될 예정입니다.


2005년 6월 6일과 11월 20일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이 연쇄살인 사건은 여성 2명이 납치된 후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충격적인 범죄였습니다.


피해자들의 시신은 끈으로 결박된 채 초등학교 인근과 주택가 노상 주차장에서 각각 발견됐습니다.


이 사건이 '엽기토끼 살인사건'으로 알려지게 된 배경은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작됐습니다.


방송에서는 2005년 연쇄살인과 2006년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 미수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해 다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생존한 피해자가 "범인이 숨었던 윗집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증언하면서 이런 별칭이 붙게 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2005년 연쇄살인 범인과 2006년 납치 미수 사건 범인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A씨는 2006년 5월 납치 미수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별도의 강간치상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가 8년간 수사했으나 범인을 찾지 못해 2013년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이 사건은 2016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미제사건전담팀이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경찰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고, 1차와 2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속옷과 노끈에서 채취한 DNA가 동일인의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동일 수법 전과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총 23만1,897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하는 대대적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중 1,514명의 유전자를 채취해 대조하고 국제공조수사까지 실시했지만 일치하는 DNA를 찾지 못했습니다.


미제사건전담팀은 수사망을 사망자 56명까지 확대했고, 동일 수법 전과와 신정동 근무 이력을 가진 A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2015년 7월 4일 이미 사망해 화장된 상태였고, 생전 사용 물품들도 변질돼 DNA 대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경기 부천, 광명, 시흥 지역 병원 40곳을 탐문한 끝에 A씨의 검체를 보관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냈습니다. 


확보한 검체를 분석한 결과 A씨의 DNA와 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20년 만에 범인이 특정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격한다'는 각오로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며 "오랜 시간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