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대한민국 1호 잠수함' 장보고함, 지구 15바퀴 돌고 34년 만에 '은퇴'

대한민국 해군의 첫 번째 잠수함 장보고함이 34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19일 마지막 항해에 나섰습니다.


1992년 인수된 이후 한반도 주변 바다를 지켜온 장보고함은 올 연말 완전 퇴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지난 19일 오후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 해군 제공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 동안 마지막 항해를 진행했습니다.


특별히 이날 항해에는 장보고함 첫 항해를 맡았던 안병구 초대함장(예비역 준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 요원 4명이 함께했습니다.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입항하자 진해군항에 정박한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임무 완수를 축하했습니다.


지난 19일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안병구 초대함장(오른쪽)과 이제권 장보고함장(왼쪽)이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장보고함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해군 제공


장보고함은 1987년 한국이 독일에 주문한 209급 잠수함으로,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됐습니다.


1992년 8월 부대 창설과 함께 같은 해 10월 현지에서 인수된 후, 1993년 6월 우리나라 첫 번째 잠수함으로 정식 취역했습니다.


1997년 5월 장보고함이 하와이 파견훈련을 통해 1만 마일 단독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능력을 입증했다 / 해군 제공


해군은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중심으로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따 명명했습니다. 장보고함은 배수량 1200톤급으로, 이전까지 150톤 이하급 잠수정만 운용했던 한국 해군에게는 획기적인 전력 증강이었습니다.


장보고함 도입을 위해 해군은 1990년부터 함정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장병 및 관계관 100여 명을 독일로 파견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후 8척의 후속 동급 잠수함이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현재 한화오션)에서 조립 생산되며 한국 잠수함 건조 기술의 초석이 됐습니다.


장보고함은 34년간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34만2000마일(약 63만3000㎞)을 안전하게 항해했습니다.


2004년 환태평양훈련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아 대한민국 해군의 우수한 잠수함 운용 능력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과 자격 유지 훈련 지원 등의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한국 해군은 장보고급(KSS-I) 9척, 손원일급(KSS-II) 9척, 도산안창호급(KSS-III) 3척 등 총 21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권 장보고함장(소령)은 "장보고함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