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빙속여제' 이상화의 세계기록, 정확히 12년 만에 경신

한국 빙속의 전설 이상화의 여자 500m 세계기록이 12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의 펜케 콕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09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콕의 기록은 이상화가 지난 2013년 11월 17일 같은 장소에서 세운 기존 세계기록 36초36을 0.27초 앞당긴 것입니다. 놀랍게도 정확히 12년 만에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기록이 경신된 것입니다.


네델란드 펨케 콕이 세계신기록을 세운 순간. / 네델란드 빙상연맹


이상화의 36초36 기록은 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정식 종목 세계기록 중 가장 오랜 기간 존속했던 기록이었습니다.


현재 올림픽 정식 종목은 남녀 500m, 1,000m, 1,500m, 5,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 여자 3,000m, 남자 10,000m 등 14개 종목입니다.


이 중 여자부 다른 종목들의 세계기록은 모두 2019년 이후에 나왔습니다. 


여자 1,000m(1분11초61·2019년 3월), 1,500m(1분49초83·2019년 3월), 3,000m(3분52초02·2019년 3월), 5,000m(6분39초02·2020년 2월), 팀 추월(2분50초76·2020년 2월) 등이 그것입니다.


남자부를 포함해도 이상화의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남자 올림픽 종목 중 가장 오래된 세계기록은 지난 2017년 12월 테트 얀 블루먼(캐나다)이 세운 남자 5,000m 기록(6분1초86)입니다.


새로운 기록 보유자가 된 콕은 이상화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 매체 NRC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이상화의 레이스를 수백번 돌려봤다"며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질주할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상화의 기록에 가까워지는 것이 내 꿈이었다"며 "그 꿈을 이룬 게 비현실적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상화는 지난 2013년 한 해에만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해 1월 36초80으로 중국 위징의 기존 기록(36초94)을 깬 뒤, 11월에 36초74, 36초57로 연거푸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6초36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12년간 왕좌를 지켜왔습니다.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빙속여제' 이상화 / 뉴스1


이번 대회가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은 빙속 기록의 산실로 유명합니다.


해발 1,425m 고지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공기 저항이 적고, 특유의 건조한 날씨와 완벽한 빙질 관리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 빙속계는 주법과 훈련법, 기술, 장비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수많은 세계기록을 생산해냈지만, 유독 이상화의 500m 기록만큼은 오랜 세월 견고함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당시 이상화의 기록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