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김유정 "사춘기 땐 거의 한 달을 방에서 안 나와... '나는 누구인가' 생각"

배우 김유정이 화려한 '국민 여동생' 이미지 뒤에 숨겨진 진솔한 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16일 김유정은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의 '4살 때부터 우리 모두 함께 키운(?) 유정이의 방송,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 영상에서 정재형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자신의 솔직한 연예계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김유정의 연예계 데뷔는 다섯 살 때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아마 다섯 살쯤이었을 거예요. 그 광고가 크게 사랑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광고, 어린이 프로그램, 영화 단역까지 이어졌다"며 크라운산도 광고를 통한 데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YouTube '요정재형'


정재형은 "그때는 CF 모델이 최고 인기의 상징이었다. 그런 자리 한가운데에 꼬맹이가 떡 하니 있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고, 김유정도 "어디 가면 '어떻게 이렇게 생긴 아이가 있지' 하는 반응이 많았다더라"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김유정은 한글도 대본으로 배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가 글을 완전히 알기도 전이라, 엄마나 어른들이 옆에서 대본을 읽어주시면 그걸 통째로 외워서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며 "'저기서 뭐라고 하면 넌 이렇게 말하면 돼' 이런 식으로요.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과 언어에 익숙해졌고, 그래서인지 국어는 정말 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유정은 "좋은 대본들 속에는 시 같은 표현,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다. 그런 걸 상황에 맞춰 외우고 연기하다보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나 감수성이 남들보다 빨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유정의 학교생활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초등학교를 세 군데 다녔다. 이사도 있고, 촬영도 있고… 어쩌다 보니 계속 다른 동네 학교를 다니게 되더라"며 "새 학교에 갈 때마다 운동장과 복도는 '실물 영접'에 가까운 반응으로 술렁였다"고 말했습니다.


김유정은 "처음 전학을 가면 애들이 '야, 걔 아니야?', '유정이다!' 이러면서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다들 막 저를 구경하듯이 봤다"며 "솔직히 그때는 그게 싫었다. 친구들이 나를 다르게 보는 느낌이 너무 느껴지니까… 좀 피곤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YouTube '요정재형'


김유정은 "처음 난리가 나고 나면, 조금 지나서 친해졌을 때는 그냥 똑같은 친구로 대해줘서 그땐 또 학교가 정말 재밌었다"고 미소지으며 회상했습니다.


김유정의 사춘기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와 달리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확히 14살쯤부터였던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해품달)' 즈음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이건 전쟁인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며 자신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던 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유정은 "어느 날은 방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안 나온 적도 있어요. 불도 꺼놓고, 그냥 누워서 '나는 누구인가', '난 어떤 성격이지' 이런 생각만 계속했다"고 당시의 힘든 시간을 고백했습니다.


이 시기 김유정이 맡은 작품들은 무거운 주제들이었습니다.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영화 '비밀', 드라마 '앵그리맘', 영화 '우아한 거짓말' 등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살인마의 딸, 죄책감과 외로움에 휩싸인 인물들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김유정은 "전에는 선배님들이 '캐릭터가 나랑 동화돼서 빠져나오는 데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시면 잘 이해를 못 했다. 근데 그 시기에 그런 무거운 역할들을 하다 보니, 그 말이 뭔지 몸으로 되게 느껴졌다"며 "촬영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의 감정이 오래 남아, 현실의 김유정과 극 중 인물을 구분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는 날이 많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YouTube '요정재형'


김유정은 특히 '우아한 거짓말' 속 캐릭터를 언급하며 "내가 연기한 친구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보면 잘못된 행동을 많이 하는 아이다. 상처도 주고,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의 비극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런데 배우인 나는 그 아이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 그때 '내가 이 아이를 이해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엄청 많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유정은 "그전까지는 그냥 '재밌겠다,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근데 그 시기를 지나면서, 연기와 나를 어느 정도는 분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안 그러면 진짜 제가 너무 힘들더라"고 연기에 대한 깨달음을 전했습니다.


김유정은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가 힘들었다'는 걸 나중에야 인지하게 된 거지, 그 당시엔 그냥 맨날 일만 했던 것 같다. 학교, 촬영장, 또 학교, 또 촬영장… 이런 식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선택은 대부분 부모님의 것이었다면, 10대 중·후반부터는 내 선택의 비중이 점점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유정은 그 힘든 시기를 지나 지금의 자신을 만든 가장 큰 자산이 "결국 연기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이런 역할 해보고 싶다'는 욕심만 있었는데, 이제는 그 역할을 하고도 내가 나로서 건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을까를 같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연기를 계속 사랑하면서, 나도 같이 지키고 싶다"며 현재의 연기 철학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