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K-콘텐츠 세계 7위, 저작권료 11위... 한국 음악 저작권, 구조적 문제 드러나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 지난 6일 발표한 '글로벌 징수 보고서 2025'에서 한국이 2024년 전 세계 음악 저작권료 징수 부문 1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2계단 하락한 순위로,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과 저작권료 징수 실적 간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24년 음악 저작권료 징수액으로 약 2억 7,6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성장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징수한 금액은 약 4,365억 원으로, 국내 전체 음악 저작권료의 약 94%를 차지하며 한국의 글로벌 순위를 실질적으로 견인했습니다.


사진 제공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CISAC의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111개국 228개 저작권 관리단체의 데이터를 종합한 연례 분석서로, 창작자들의 수입 추세와 산업 구조를 집계·발표하는 권위 있는 국제 통계 자료입니다.


지난 2024년 전 세계 저작권 징수액은 약 140억 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음악 저작권 분야가 약 126억 유로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음악 저작권 징수액은 OTT와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부문과 공연 부문의 사용료가 전년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지난 2024년 디지털 부문 수입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해 전체 징수액의 48.1%를 차지했으며, 공연 부문은 콘서트 재개 등의 영향으로 3.6% 소폭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부문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는 여전히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음악 저작권 시장에서 디지털 부문은 지난 2022년부터 방송 부문을 뛰어넘어 전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으며, 2024년 전체 음악 저작권 수익의 약 40%를 차지하며 전 세계 창작자의 강력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부문은 제도적 한계와 이용자 간 협의 지연으로 인해 여전히 정산 공백을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음악 산업 규모 7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저작권료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하락한 것은 이러한 '디지털 정산 공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음저협 관계자는 "국내 OTT와 주요 방송사 대부분이 전송 사용료 관련 계약 및 정산을 장기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사업자는 서비스 개시 후 1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의 음악 사용료 정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음저협의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OTT 플랫폼 및 주요 방송사의 미지급 저작권료 규모는 약 1,500억 원에 달합니다.


사진 제공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사용료가 일본과 호주·뉴질랜드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3위를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OTT와 방송사의 체납 금액이 반영된다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1위는 물론, 전 세계 저작권료 순위에서도 10위권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추가열 음저협 회장은 "음저협은 여러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OTT 정산 공백과 낮은 요율 구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고,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책임 이행을 강력히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인공지능 기술 확산으로 인한 저작권 보호 문제를 올해의 핵심 의제로 다뤘습니다. CISAC 사무총장 가디 오론은 "AI는 단순한 유통 기술이 아니라 창작물을 학습하고 복제하는 기술"이라며 "적절한 안전장치와 데이터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창작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되지 않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전 세계 창작자 사용료의 최대 25%를 잠식할 수 있으며, AI 생성 콘텐츠 시장은 2028년까지 30억 유로에서 640억 유로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세계적인 팝 그룹 ABBA의 멤버이자 CISAC 회장인 뵈른 울바에우스는 "2024년은 창작자 단체들이 사상 최대의 징수 실적을 올린 해이지만, AI의 등장은 우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변화를 상징한다"며 "진보와 혼란은 공존할 수 있으며,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창작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음저협은 2025년 5월부터 'AI 대응 TFT'를 운영하며, AI 활용 음악의 등록 지침과 징수·분배 방안 마련, 학습데이터 사용에 대한 보상체계 구축, 법·제도 개선 제안 등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CISAC 법무정책위원회 AI 세미나를 주관해 '지역별 생성형 AI 동향과 저작권 정책'을 주제로 국제 전문가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음저협은 저작권법 개정안 및 'AI 기본법' 제·개정 과정에 공식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으며, AI 콘텐츠 표시 의무화, 학습데이터 출처 공개 의무화, 면책 규정 도입 반대, AI 저작권 침해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을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백승열 사업본부장은 "AI 기술이 창작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창작자를 보호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며 "AI 학습 과정에서 창작물의 정당한 사용과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기술 발전과 예술 창작이 공존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