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문화유산 옆 고층빌딩 나오나... 대법 "'규제 완화'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의 협의 없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보존지역 외 지역까지 국가유산청과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해당 조례 개정이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현행 문화유산법(옛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유산의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조례로 정해야 합니다. 서울시 조례는 보존지역 범위를 '국가지정유산 외곽경계로부터 100m 이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종묘 망묘루 / 뉴스1


갈등의 발단은 2023년 9월 서울시의회가 보존지역 바깥 건설공사를 규제하던 조항(조례 19조 5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조항은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보다 과도한 규제라고 보고 삭제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문화재청은 "보존지역 외 개발 행위 완화는 국가유산청장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반발했지만, 개정안은 그대로 공포됐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조례 무효 소송은 법적으로 대법원 단심으로 처리됩니다.


2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문화유산법 및 시행령의 문언과 취지를 볼 때, 상위법은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하도록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며 "보존지역 외부에 관한 규제는 시·도의 자율적 조례 제정 권한에 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서울시의회가 당시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령 우위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이번 소송의 대상이었던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가 이후 '서울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로 대체되면서, 과거 조례 개정안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이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도 쟁점이 됐습니다.


국가유산청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문체부가 문제 삼은 해당 조항의 삭제 상태가 현행 조례에서도 유지되고 있으며, 향후 재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송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문체부가 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행 조례 자체의 무효를 청구한 부분은 지방자치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비적 청구는 각하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왕릉뷰 아파트' 논란이 재점화된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져 있어 '보존지역(100m)' 밖에 해당하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서울시의 개발 규제 완화 조례는 효력을 유지하게 됐으며, 향후 서울 도심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 범위를 둘러싼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