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9시 39분,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관 계단을 오르며 고개를 숙이자 긴장된 공기가 흘렀습니다.
"꺼져라!", "범죄자 왔다!"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졌지만,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인사했습니다.
이날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본회의장 주변은 예산보다 정치적 충돌의 기류가 훨씬 강했습니다. 전날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하며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권의 충견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이번이 이재명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로텐더홀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근조 자유민주주의', '야당탄압 불법특검' 등이 적힌 피켓이 등장했고, 이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서자 "꺼져라!", "범죄자!"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짧은 장면이 두 세력이 벌인 싸움의 승리자를 결정했습니다. '명분'은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 세계 정상들과 협상해온 인물에게 이런 야유는 오히려 연설의 무대를 만들어준 셈"이라며 "전 세계 넘버원, 넘버투를 상대한 이 대통령에게 국힘이 얼마나 가소롭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본회의장 안은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석은 비어 있었고, 이 대통령은 단정한 어조로 시정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대통령은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가 있는 환담장으로 이동하며 또 한 번 인사를 건넸습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항의 시위를 이어갔지만, 정치적 승부의 방향은 이미 기울어 있었습니다.
이날 장면은 단순한 시정연설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은 미소로 맞섰고, 야당은 분노로 외쳤습니다. 결국 국민이 본 것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품격의 차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