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숨소리만 켁켁..." 위험 감지한 소방관, 20대 남성 살렸다

전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울린 한 통의 신고 전화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는 "켁... 켁..." 하는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신고자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직 근무 중이던 김세민(34) 소방교는 이 순간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39분쯤 접수된 이 신고 전화는 일반적인 장난 전화와는 달랐습니다.


전북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김세민 소방교 /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김 소방교가 "여보세요? 신고자분, 들리시나요?"라고 외쳤지만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몇 초간의 침묵 속에서 그는 즉시 시스템을 확인했고, 신고 위치가 군산시 소룡동 인근임을 파악했습니다.


신고 접수 36초 만에 김 소방교는 구급차와 펌프차,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이 있다는 상황도 함께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119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정확한 위치 특정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김 소방교의 두 번째 판단이 빛을 발했습니다. 그는 신고자의 휴대전화 GPS 좌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현장 대원들에게 구체적인 지령을 내렸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건물 뒤편 공영주차장 쪽, 그쪽으로 수색하세요"라는 그의 지시가 있은 지 5분 후, 현장 대원들로부터 "신고자 발견! 주차장 인근 컨테이너 옆입니다!"라는 무전이 들려왔습니다.


현장에서는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은 20대 남성 A씨가 발견됐습니다. 대원들이 즉시 줄을 풀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결과, 얼마 후 약한 숨소리가 돌아왔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으며, 현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상담을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김세민 소방교 / 전북소방 제공


이번 사건은 '말 없는 신고자 구조'라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19 상황요원의 직감과 신속한 판단력, 그리고 GPS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이 결합되어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김 소방교는 "숨소리만으로도 위험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상황관리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베테랑으로,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의 경운기 사고 환자를 신속히 헬기로 이송해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119의 역할은 순간의 판단에서 시작된다"며 "상황요원의 판단력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