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가 청년들의 성별 인식격차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제1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는 21명의 청년들이 참석해 성평등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인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다팝'은 '소통하는 청년들이 성평등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팝업(pop-up) 콘서트'의 줄임말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성평등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남성 청년 11명, 여성 청년 10명이 참가했으며, 20대 9명과 30대 12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콘서트의 주제는 '청년세대 성별 인식격차 현황 진단'이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만 18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젠더인식 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70% 이상으로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2022년 국민통합위가 발표한 청년층 젠더갈등 현황 및 분석 연구에서는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28.3%)를 젠더갈등의 핵심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참석한 청년들은 각자가 경험한 성별 불균형 사례를 생생하게 공유했는데요. 30대 남성 김모 씨는 "영화 시나리오를 공모할 때 작가·감독·주인공이 여성이면 가산점을 받는 경우가 있더라"며 "여성 가산점 제도가 과연 진정으로 성평등에 기여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30대 여성 김모 씨는 "IT관련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 입사했는데 현장 업무는 늘 배제됐다"며 "회사에서 '여자는 데스크나 지켜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육아와 관련된 성별 고정관념도 주요 이슈로 제기되었습니다. 20대 남성 안모 씨는 "남성 청년은 나라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데 그걸 잘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30대 여성 김모 씨는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해선 조선시대 같아요. 아직도 엄마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어요"라고 지적했습니다.
30대 남성 A씨는 육아휴직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유별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육아휴직 신청할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너 곧 승진 시기잖아'이다. 승진에 맞춰서 애를 낳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사회 전반의 성별 인식격차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20대 여성 정모 씨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남녀가 편을 갈라 싸우는 경우가 많다"며 "게시글을 잘 읽어보면 남녀 둘다 아프고 고된 일을 겪었더라. 하지만 그 피해를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20대 남성 이모 씨는 디지털 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알고리즘 기술이 너무 발달해 인터넷에 들어가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본인이 보고 싶어할 만한 내용의 콘텐츠만 뜬다"면서 "그러다보니 남녀간 대화가 단절되고 각자의 입장만 중요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었습니다. 20대 남성 안모 씨는 "남성·여성 혐오 표현이 정치권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며 "정치권이 젠더갈등을 해결해야하는데 오히려 표를 얻기 위해서 이를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성 청년 B씨는 정치 참여의 성별 불균형을 언급하며 "여성 국회의원이 적은 것도 문제"라며 "중요한 정책 결정 순간에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가 묻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여성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이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여성 의원이 많아지는 것은 남성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실제로 겪는 문제를 폭넓게 바라보고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라며 "국회부터 성별 균형을 이루고 성평등 문제를 다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 이번 토크콘서트는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성평등가족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청년 세대의 성별 인식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