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보이스피싱에 속아 회사 조퇴하고 모텔 '셀프감금' 30대 여성을 구한 한 장의 포스터

경기 안양시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연구원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모텔까지 갔지만, 경찰이 부착한 예방 포스터를 보고 피해를 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안양시 한 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는 30대 여성 A씨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는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A씨에게 "바로 확인해야 하는 등기가 왔다"고 말하며 접근했습니다.


A씨가 남성의 안내에 따라 온라인에서 등기를 확인하자, 자신 앞으로 접수된 고발장과 본인 명의 대포통장 입출금 명세, 압수수색 영장 등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모텔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피싱 예방 포스터 / 사진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이를 본 A씨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사기범은 A씨를 더욱 압박하며 "당장 금감원에 가서 자필 서명을 해야 하고 그렇게 안 하면 검찰로 출두해야 한다"고 협박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불리하니 일단 회사를 조퇴하고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회사에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라"며 구체적인 조퇴 사유까지 제시했습니다.


A씨는 범인의 명령에 따라 회사를 조퇴한 후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통했습니다.


이후 범인이 지정한 모텔에 들어가 지정된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그때 A씨의 눈에 모텔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붙어 있던 보이스피싱 예방 포스터가 들어왔습니다. 포스터에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일당이 가짜 등기를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 휴대전화 개통과 '셀프 감금'을 종용하는 대표적인 범행 수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포스터에 적힌 내용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시 모텔 업주의 도움을 받아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 포스터는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이 지난 6월부터 관내 모텔과 중심상가, 시장 등지를 돌며 부착한 1000부의 포스터 중 하나였습니다.


안양지구대 공동체치안활동팀은 관내 모텔 밀집 구역에서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사건 신고가 11건 접수되었고, 총 피해액이 4억2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과 함께 지속적인 예방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안양지구대 관계자는 "셀프 감금 수법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어 모텔 업주, 시장 상인회와 협력해 눈에 띌만한 모든 곳에 예방 포스터를 부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