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만취 수치'에도 무죄 선고받은 음주운전 사건
채혈 검사에서 '만취 수치'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왔음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단독(김광섭 부장판사)은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5월 5일 오후 7시 34분부터 5분간 음주운전 처벌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제주 시내 도로 250m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당시 A씨는 후진하다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다시 전진하면서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을 연이어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이날 오후 9시 5분경 경찰이 채혈 방식으로 측정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훌쩍 넘는 0.313%였습니다.
A씨는 채혈 전인 오후 7시 58분부터 8시 28분 사이에 소주 600mL(한 병 반 이상)를 마셨다고 주장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과 법원의 판단
검찰은 측정된 수치를 바탕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운전 당시인 오후 7시 34분경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0.08% 미만)인 0.041~0.055%였다고 추산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운전 후 시간이 경과했거나 당시 농도를 직접 측정할 수 없을 때 음주량, 체내흡수율, 체중, 성별 계수 등을 기반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검찰은 A씨가 사고 5시간 전인 오후 2시 40분경 음식점에서 소주 1병과 막걸리 1병을 주문해 결제한 증거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채혈 시점이 마지막 음주 후 30~40분이 지난 시점(오후 8시 28분 이후)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운전 당시인 오후 7시 34분이나 마지막 음주 시작 시점의 수치는 측정된 것보다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고 5시간 전 A씨가 소주와 막걸리 각 1병을 결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술을 혼자 마셨더라도 위드마크 공식상 혈중알코올농도는 0.01389%로 처벌 기준(0.03%)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고 확신할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