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신간] 히스토페라

역사와 예술의 만남, 오페라로 읽는 인류의 역사


오페라는 음악, 문학, 연극, 미술, 무용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합예술로서 인간이 창조한 예술 형식 중 가장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장르입니다. 이러한 오페라의 본질적 가치를 역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책 '히스토페라'가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문 지휘자인 양진모 저자는 역사적 의의가 깊은 오페라 열 편을 선정하여 그 안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냈는데요. 르네상스 황혼기부터 냉전 시대까지 각 시대의 정신과 격동의 역사가 오페라라는 예술 형식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사진 제공 = 책과함께


오페라, 역사를 노래하다


'히스토페라'라는 제목은 '히스토리'와 '오페라'의 합성어로, 이 책의 핵심 주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저자 양진모의 독특한 시선은 사학자이자 미학자였던 조부와 열정적인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던 부친의 영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저자는 오페라야말로 인간의 감정, 욕망, 희생, 사랑이 총체적으로 담긴 예술로, 역사를 가장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실제 지휘자로서 무대에 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해석에 있습니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지휘하며 직접 체감한 르네상스의 창조 정신,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마주한 프랑스 혁명의 격렬한 감정, '토스카'에서 되살아난 나폴레옹 치하의 격동과 진실한 사랑의 서사를 현장감 있게 전달합니다. 


또한 각 장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음반과 영상 콘텐츠가 QR코드와 함께 소개되어 있어, 독자들은 독서와 감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오페라의 감동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무대에 오른 열 편의 오페라


'히스토페라'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열 편의 오페라를 소개합니다.


1장에서는 르네상스 말기의 인문주의 정신과 예술 혁신을 배경으로 탄생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2장에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정치 체계와 귀족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 베르디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를 다룹니다.


3장의 도니제티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귀족 가문의 권력과 음모를, 4장의 '안나 볼레나'는 튜더 왕조의 권력 투쟁과 종교개혁의 갈등을 조명합니다.


5장에서는 16세기 스페인의 정치적 긴장과 종교적 갈등을 배경으로 한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6장에서는 러시아 차르 시대의 정치적 불안과 민중의 심리를 그린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를 소개합니다.


7장의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의 열기 속 시인의 삶과 죽음을, 8장의 푸치니 '토스카'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 로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예술가의 비극적 운명을 그립니다.


9장에서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의 문화 충돌을 그린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마지막 10장에서는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을 소재로 한 현대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를 통해 냉전 시대의 정치적 긴장과 문화적 오해를 조명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단순한 오페라가 아닌 각 시대의 열망과 두려움, 사랑과 투쟁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오페라와 역사, 그리고 삶과 예술적 여정이 만나는 교차점을 따라가며 선율에 스며든 인류의 감정과 사건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히스토페라'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친절한 길잡이가, 이미 친숙한 이들에게는 익숙한 무대 뒤편에 감춰진 의미를 새롭게 비추는 통찰의 렌즈가 될 것입니다.


특히 역사, 정치, 철학, 미술, 문학 등 인문학의 다양한 층위가 오페라라는 복합 예술 안에서 어떻게 융합되고 구현되는지 궁금했다면, '히스토페라'를 통해 깊이 있게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