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영금지 명령도 병행... 위반 시 1회당 2000만원 부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화 상영 자체도 금지됐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건당 2000만원의 제재가 따르게 됩니다.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윤찬영)는 이달 3일, 영화 '첫 변론'의 김대현 감독과 시민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측에 1000만원의 배상과 함께 해당 영화의 유·무선 상영, 스트리밍, 다운로드, 제3자 배포 등 일체의 공개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법원 "피해자 인격권 중대 침해... 공익성도 인정 어려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화에는 원고(피해자)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이 담겨 있으며, 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영화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들이 영화에 담은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 또한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소송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으며, "이번 판결은 2차 가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경고"라고 평가했습니다.
'첫 변론'은 피해자 향한 2차 가해 논란... 법원 판단은 "위법"
문제가 된 다큐멘터리 '첫 변론'은 2021년 출간된 책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제작됐습니다. 해당 책은 박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울시청 6층 사람들' 등 약 5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아 영상화됐습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박 전 시장의 생전 사진과 함께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은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콘텐츠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권위 판단은 정당했다"... 대법원, 박 전 시장 측 소송 최종 기각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9일, 전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는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 이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며 인권위 결정의 정당성이 확정됐습니다.
이번 민사 소송 판결은 형사 절차 외에도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를 보호하는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