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녹화 소지, 성폭력처벌법 적용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화면 녹화해 소지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촬영물 소지 등을 처벌하는 조항은 이미 반포된 촬영물을 소지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석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사건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22년 당시 연인이었던 B 씨가 A 씨의 휴대전화에 영상통화를 녹화한 영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항의하자, B 씨를 폭행하고 거울 등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가 된 녹화 영상에는 B 씨가 A 씨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샤워하고 옷을 입는 모습이 담겨 있었으며, A 씨는 휴대전화 내장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해 3회에 걸쳐 이를 녹화했다.
법원의 판단과 성폭력처벌법 해석
원심 재판부는 A 씨의 상해와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성폭력 처벌 특례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대상은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촬영하는 경우에 한정된다"며,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영상을 파일로 저장하는 행위는 '촬영'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녹화한 동영상을 휴대전화에 소지했다는 내용의 성폭력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등)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방법으로 영상통화를 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영상물 '소지'에 대해서도 "시중 유포자를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성폭력처벌법 14조 4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소지·구입·저장·시청의 대상이 되는 촬영물·복제물은 모두 반포 등 행위가 전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불법 성적 촬영물 등에 대한 접근·수요를 규제하기 위해 촬영물의 촬영·반포 이후의 소지 등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촬영·반포 행위가 전제되지 않은 촬영물까지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로써 영상통화 화면을 녹화해 소지하는 행위만으로는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확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