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6개월만에 초임교사 2명이 극단선택한 의정부 한 초교...학교, '단순 추락'으로 신고

故 김은지 교사 / 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학부모 갑질을 견디지 못해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초임교사.


그리고 주호민 작가 부부의 '아동학대 고소'로 인해 세상을 등지려 2번이나 시도했었다는 특수교사. 모두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 같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가운데서도 경기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벌어졌던 충격 사건은 숨겨져 있었다.


7일 MBC 뉴스데스크는 2년 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사건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좌) 故 김은지 교사, (우) 故 이영승 교사 / MBC '뉴스데스크'


극단 선택을 한 교사들 모두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였고, 바로 옆 반의 담임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교대를 막 졸업한 두 어린 교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외치는 한편,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스물다섯 이영승, 스물셋 김은지 교대를 갓 졸업한 두 교사는 같은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4~5년차가 된 2021년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


그리고 그해 6월 김은지 교사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12월에는 이영승 교사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교사는 발령 한 달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학생들이 서로 뺨을 때리며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는 김 교사의 사직서를 받아주지 않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故 김은지 교사 / MBC '뉴스데스크'


하지만 1년 뒤 다시 담임 교사를 맡아야 했다. 퇴근 후에는 학부형들의 전화를 수시로 받아야 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이가 늘 '죄송합니다'라고 했었다. 전화받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잦은 폭력과 학부모 민원에 늘 힘들어했다고 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체육 전담이어도 상관없어"


김 교사의 일기장에는 혼자 고통을 토해내는 글들이 가득했다.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가 있었지만 고통을 씻어낼 수는 없었다. 5학년 담임을 맡은지 4개월째 되던 때, 김 교사는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故 이영승 교사 / MBC '뉴스데스크'


이영승 교사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담임을 맡던 때, 페트병 자르기 수업 중 아이가 다쳤는데, 그 아이의 학부모에게 "성형 수술을 해야한다"는 등의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


너무 힘들어 휴직 후 군 입대를 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아버지는 "(학부모가) 군대까지 전화했다. 학교도 계속 전화하라고 강요했다. 전화가 안 오게 하든가 돈을 주든가 치료비를 주라더라"라고 말했다.


세상을 등졌던 그해는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학급에서 왕따 문제가 있었고, 장기 결석한 아이도 있었다.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백건이 넘었다.


MBC '뉴스데스크'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학부모는 책임을 교사에게 돌렸다. 직접 교실까지 찾아와 항의했다. 학부모는 왕따 가해 학생들의 '공개 사과'를 교사에게 강요했다.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라는 고인에게 학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라며 성을 냈다.


결국 다음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세상을 등졌다.


MBC '뉴스데스크'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욕은 안 했지만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원인은 '단순 추락'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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