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버스에서 못 빠져나온 70대 엄마가 '오송 지하차도' 사고 직전 아들과 나눈 '마지막 통화'

지난 15일 침수된 버스 차량 내부 사진 / 뉴스1


오송 지하차도 사고 직전에도 아들 걱정만 하던 어머니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침수 희생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사고 직전 아들과 마지막 통화했던 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7시 18분경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에 비가 거세게 내리자 어머니 故 박 모씨(76)는 급히 아들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모씨는 "지금 비가 많이 와서 통제됐는데 너는 지금 어디고"라며 안부를 물었고, A씨는 주말 출장으로 집을 비웠다면서 "조심히 들어가시라"라고 말한 뒤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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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시간 이후 A씨는 동생으로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A씨는 1시간 뒤 어머니와 함께 있던 친구분들의 위치가 사고 장소였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다.


A씨는 밤을 지새우며 간절히 어머니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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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를 태웠던 버스가 그날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10m만 더 빨리 갔어도 살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워낙 날쌘 분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참사 현장에서) 모두가 기자들에게만 브리핑하고 가족들은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서만 소식을 알게 됐다. 소식도 모르던 나는 다른 장례식장으로 가서 어머니를 찾아 헤맸다"고 애통스러워 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참사 현장에서는 시신이 한두 구씩 수습됐으나 유족들에게 그 무엇이라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은 그저 바라보고 하염없이 통보를 기다릴 뿐"이라면서 "18일 발인이 끝나면 상심하고 있을 아버지가 걱정된다"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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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씨의 어머니 박 모씨는 청소 노동자로 일하면서 나물을 캐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고 한 푼씩 절약해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로 살았다고 알려진다.


그러던 중 A씨는 6개월 전 18년 만에 고향인 청주로 발령을 받았고, 그리웠던 '엄마 밥'을 한 달에 일주일은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어머니와 생이별하게 된 A씨는 몇 달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마저 없었으면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