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딸 구하려 흙더미 쏟아지는 집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간 아빠, 부녀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뉴스1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쏟아지는 흙더미를 본 아버지는 집에 있는 딸을 떠올리고는 망설임 없이 무너지는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폭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주시 풍기읍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6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16일 오전 경북 영주시 영주동 영주기독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황망한 사고로 부녀를 떠나보낸 가족과 친지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김모(67)씨는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자 집에 있던 첫째 딸(25)을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뉴스1


부녀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엄마 정모(58)씨만 가까스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씨의 사촌동생은 "형수 말로는 형님이 딸을 구하려 했는데 집 안에 흙이 가득 쌓여 문이 안 열렸다고 한다. 그러다 순식간에 토사에 휩쓸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의 친형(71)은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황망해했다.


대구에서 지내고 있는 김씨의 둘째 딸(23)은 "입원 중인 엄마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숨진 김씨의 친구는 산에서 흙탕물과 함께 토사가 쏟아지려고 하자 김씨가 불편한 다리를 끌며 집으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김씨의 친구는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창고 하나를 친 뒤, 대각선 아래에 있던 친구 집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는데 그 쪽이 큰 딸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 친구가 집 문을 열기도 전에 토사에 휩쓸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며 "친구랑 있던 지인은 도로 쪽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는데, 친구는 가족 구하려다 피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뉴스1


사망한 김씨 부녀 유족들은 둘째 딸과 엄마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산사태로 집 절반이 뜯겨져 나갔는데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지적 장애도 있는데, 딸만 혼자 있어 큰일이다. 긴급 지원이든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는 유족의 말에 영주시 관계자는 폭우 관련 종합대책지원반을 꾸려 피해 입은 시민들에게 지원 가능한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한편 이번 경북 영주시 산사태와 관련해 산림당국은 마을 뒷산 나무가 없는 지점에서 토사가 다량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곳은 수년 전 땅주인이 불법으로 나무를 대규모로 베어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