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참치캔 절도한 6·25 참전용사에게 '음식+생활비 카드' 주고 간 여성의 정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식료품을 훔친 6·25 참전용사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은 참전용사 기사를 접하고 한달음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가 부산진경찰서에 방문한 때는 지난 26일이다. 여성은 자신보다 큰 박스를 들고 경찰서에 왔는데 박스 안에는 참기름, 참치캔 등 식료품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식료품이 가득 담긴 박스를 경찰에 건네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부산진경찰서


박스 안에는 식료품과 함께 자필 편지와 카드가 발견됐다. 


여성은 편지에서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보고 이렇게 급히 부산진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늘 고생하시는 경찰분들께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됐으니 부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를 서울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오게 한 것은 오늘 아침 송출된 한 노인 분에 대한 기사였다"고 밝혔다. 


인프레쉬에서 제작한 선불카드 / 인프레쉬 블로그


그는 "버젓이 자녀들이 있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 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그분이, 1950년 6월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선 안 되는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또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이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에서 살고 있는 후손들이 나설 때"라고 전했다.


인프레쉬에서 참전용사에게 전달한 순금 카네이션 / 인프레쉬 블로그


해당 편지가 화제가 되면서 여성의 정체도 밝혀졌다. 그는 국내 친환경 욕실 화장품 브랜드 '인프레쉬'의 임직원으로 전해졌다. 


인프레쉬는 앞서 올해 6·25전쟁 기념일을 맞아 16개국 한국전 참전국 관저와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에 순금 카네이션 한 송이와 브랜드를 이용해 준 고객들의 이름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해당 참전용사에 후원 의사를 밝힌 사람은 25명이다. 


부산지방 보훈청 관계자는 "보훈청에도 후원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주 지자체와 만나 서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참전용사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부산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7차례 참기름, 젓갈, 참치캔 등 8만원어치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참전용사를 즉결심판에 넘길 예정이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을 약식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유죄가 입증돼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