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대학 오티 갔다가 세상떠난 딸...아버지가 '보상금'으로 한 놀라운 일

경주마우나리조트 사고 희생자 합동 영결식 / 뉴스1


리조트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혜륜 양...아버지는 딸의 일기장을 보고선 학교를 지어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가슴 아픈 사고로 딸을 잃게 된 아버지는 딸이 남긴 일기를 보고 우리 사회에 선물을 전했다.


지난 25일 중앙일보는 울산에 사는 고계석(58) 씨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씨는 딸 고혜륜 이름으로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초등학교를 지었다. 곧 중·고등학교도 개교 할 예정이다. 이는 딸 일기에 적혀 있던 꿈이다. 


무너진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 뉴스1


혜륜 양은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마우나 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리조트에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던 중 눈 쌓인 지붕이 무너졌다. 이 참사로 10명이 사망했고, 214명이 부상을 입었다. 혜륜 양은 아랍어과 신입생이었다.


아버지 고 씨는 딸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일기장을 보게 됐다. 고씨는 "혜륜이는 신앙이 깊은 기독교인이었다. 어린 시절 일기에 '세계를 돌고 선교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아랍어 학과에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륜이는 일찍 떠났지만, 딸 이름을 딴 교육시설을 기독교 국가인 바누아투에 지으면 그 꿈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학교를 건립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섬나라 바누아투에 세워진 혜륜 유치원 / 사진 = 현대중공업


사망 보상금 중 6억 원 중 4억 원은 학교 건립에...나머지 2억 원은 혜륜 양 모교에 기부


고씨는 딸 사망 보상금인 6억 원 중 4억 원을 학교 건립에 기부했다. 바누아투 정부는 이 돈으로 국립 혜륜유치원·초등학교를 세웠다.


그는 "교회 활동을 통해 바누아투가 교육환경이 열악한 기독교 국가란 것을 알게 돼 기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7월 문을 연 국립 혜륜 유치원은 바누아투에 만들어진 최초의 유치원이다. 혜륜 양 이름을 따 지은 이 유치원에 2019년 3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가 빗물 식수화 시설을 설비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고씨 직장인 현대중공업이 유치원에 학용품을 지원했다. 또한 혜륜 유치원·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마땅히 진학할 상급 교육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씨 지인들이 기부를 이어갔다.


고씨는 바누아투에 학교를 짓고 남은 2억 원은 혜륜 양 모교인 부산외대에 기부했다. 


부산외대는 이 돈으로 '소망장학금'을 만들어 한 학기당 학생 5~10명에게 총 100~200만 원을 지급했다. 해당 장학금은 유학이나 해외 활동 등을 바라는 부산외대 재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다. 소망장학금이라는 명칭에는 꿈을 이루지 못한 딸 혜륜 양의 소망이 이어지길 바라는 고씨의 마음이 담겼다. 


"내가 그 돈(사망 보상금)을 내가 쓴다면 나중에 혜륜이를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러울 것 같았다"


고씨는 "평생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6억 원이라는 큰돈을 실제로 만진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코 바란 적 없는 돈이다. 그 돈을 내가 쓴다면 나중에 혜륜이를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부 활동을 통해 2014년 마우나 오션 리조트 참사를 알게 되고, 희생자를 추모해주는 분도 많아지는 것 같다. 살아 있었다면 혜륜이 동생뻘인 학생들로부터 감사와 안부의 말을 듣는 게 삶의 큰 보람이 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