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갓길에서 "내려달라"던 취객 교통사고로 사망...무죄 받았던 택시기사, '유죄'로 뒤집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밤중 술에 취한 승객을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내려줘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택시 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13일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박해빈 고법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 기사 A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원심을 깨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4월 술에 취한 20대 남성 B씨를 울산의 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주고 가버렸다. 택시에서 내린 B씨는 다른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B씨의 원래 목적지는 울산대학교 정문이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자 근처 율리 버스 종점으로, 이어 온산 지역으로 가 달라며 2차례 목적지를 변경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B씨의 요청에 따라 목적지를 향해 택시를 몰았다. 그러다가 B씨가 내려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A씨는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택시를 세워 B씨를 내려줬다. 


B씨가 내린 도로는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로 구조상 사람이 도로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다. 더구나 가로등도 없어 매우 어두운 상태였다. 


B씨는 A씨의 택시에서 내려 30분 동안 도로를 헤매다가 다른 차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사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A씨가 B씨를 내려준 책임이 있다며 A씨의 과실을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심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만취했다는 증거도 없고, A씨는 거듭 내려 달라는 B씨의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기치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행자가 출입·통행할 수 없는 자동차전용도로에 A씨가 B씨를 내려준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택시 기사는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보호하고 안전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승객이 술에 취해 비정상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렸는데도 안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책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하차를 요구한 피해자의 과실도 있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당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