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12층 리조트에서 추락한 부산 여고생...목격자가 뒤늦게 실토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최근 부산 여고생 12층 추락 사건의 피해자 정다금 양의 일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언급한 가운데, 약 8개월 전 다금 양이 추락했을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다금 사건의 진실을 폭로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이 정다금 양이 추락했던 방 옆방에 머물렀던 학생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너무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용기 내고 총대 메어서 오늘 봤던 거, 기억하는 거, 들은 거 다 폭로하겠다"고 말문을 텄다.
앞서 2009년 12월, 부산 금정고 K여고 2학년이었던 정다금 양은 전라도 화순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리조트 건물 12층에서 추락사했다.
당시 경찰은 정 양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들이 발견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 당시 '극단적 선택이냐, 타살이냐'로 의견이 나뉘어...목격자 "가해 무리가 '여기서 나가XXX'라고 했다"
결국 동급생 정 양과 같은 방에 묵은 동급생 4명이 정 양을 심하게 괴롭힌 것으로 밝혀졌고, 이를 두고 '극단적 선택이냐, 타살이냐'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A씨는 정 양의 피해 사실을 상세하게 말했다. 그는 "다금이는 제가 머물렀던 방에서 폭행당했다. 그때 폭행을 말리는 동급생은 아무도 없었다. 나를 포함한 동급생들은 모른척하며 폭행당하고 있는 다금이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이 먹인 술 때문에 다금이는 쇼파에 축 처져서 거의 쓰러지다시피 있었다"라면서 "몇몇 동급생들은 심각성을 느끼고 다금이를 데리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데리고 가서 뭐 어떻게 할 거냐'고 말하는 등 다금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동급생을 말렸다"고 말했다.
A씨는 추락 전 상황을 설명한 이후, 정 양이 추락했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끔찍했던 과거를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정 양은 추락했던 리조트의 베란다로 스스로 간 게 아니었다. 정 양을 폭행한 동급생들이 정 양을 끌고 간 것이었다.
그는 "다금이는 동급생들이 먹인 술 때문에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가해자 무리가 다금이를 베란다로 끌고 간 다음에 '여기서 나가XXX'라고 말했다"며 자신이 해당 장면을 정확히 봤고, 기억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 너무 늦었다는 거 잘 안다...숨겨진 진실 제대로 알았으면, 정말 죄송하다"
A씨는 "가해자 무리가 그렇게 말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다금이의 비명이 들리고 그 뒤 추락했다"면서 한 동급생의 말을 인용해 "(추락 후 다금이가) '엄마한테 미안해서 나 죽으면 안 되는데'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양이 추락 후 숨이 붙어있었을 때 이대로는 못 죽는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끝으로 A씨는 "이제 와서 얘기하는 거 너무 늦었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다. 스스로가 추악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그날 밤 숨겨진 진실을 제대로 알았으면 해서 글을 적었다. 정말 죄송하다"며 글을 마쳤다.
추락 사건의 숨겨진 이면을 주장하는 A씨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용기를 더 내달라 동급생 분들", "가해자들은 진짜 엄벌을 처해야 한다", "꼭 공론화 돼서 가해자들이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던 동급생 4명은 가벼운 처벌을 받아 공분을 산 바 있다. 정 양을 주로 폭행했다고 알려진 가해자 4명 중 1명은 사회봉사명령만을 받았고, 나머지 3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