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상습적으로 라면 훔친 여성을 쫓아갔더니...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마트에서 상습적으로 생수, 컵라면 등을 훔치던 여성, 얼마 안 가 그는 마트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추격에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여성이 사는 곳을 확인한 경찰은 단순한 상습절도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그녀에게 컵라면을 건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인점포에서 생필품을 훔치던 여성, 고시원 복도에서 어렵게 생활해
지난 23일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유난히도 라면은 많이 훔친 그녀'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일주일간 부산진구 범천동 무인점포에서 총 16차례에 걸쳐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물품은 라면과 쌀, 생수 등 모두 생필품이었으며 다 합쳐 8만 원 상당이었다.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50대 여성 A씨를 검거했다.
형사는 부스스한 머리, 영하 기온을 날 수 없을 정도로 추워 보이는 옷차림에 생필품만을 훔치는 여성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음을 눈치채고 여성의 상황을 더 알아보기 위해 주거지, 가족 등을 조사해나갔다.
여성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다.
그녀는 정신장애를 지닌 남편 B(60대)씨와 1.5평가량의 고시원 복도에 얇은 이불만 깐 채 생활하고 있었다. 전기나 가스 시설조차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월세와 전화요금 등을 내면 남은 돈이 없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무인점포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라면, 물 등을 훔쳤던 것이었다.
딱한 사정에 부부를 도운 경찰
부부가 생활하는 모습을 본 경찰은 차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담당 형사는 A씨와 가족에게 적절한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할 주민센터에 복지 담당자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A씨 부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통보했다.
또한 절도 혐의로 A씨를 조사하면서도 여성의 딱한 사정을 보고 컵라면, 마스크 등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 A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부부를 돕겠다는 따스한 손길이 이어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생필품, 전기요, 이불, 라면 등을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시는 부부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산복지재단 등 후원자를 통해 부부에게 영구 임대 아파트 보증금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또한 부부가 다시 범죄에 연루되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부부를 돌보기로 했다.
박형준 시장은 부부를 도운 경찰관에게 감사패와 격려금 100만 원을 전달했으며 경찰은 격려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물론 절도는 잘못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부부가 앞으로는 물건을 훔치지 않아도 평온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년에는 이런 생계형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부부의 앞날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