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걸어 나왔어요"...광산에 갇혔다 구조된 남편 본 아내의 눈물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갱도에 고립됐던 작업자가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기다리던 가족과 상봉했다.

입력 2022-11-05 08: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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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갱도에 고립됐던 작업자가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은 갱도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며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로 보였다. 


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분쯤 조장 A씨와 보조작업자 B씨가 갱도가 무너져 갇힌 지 221시간 만에 건강한 상태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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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생환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의 아내는 "너무 감사해요. 구조대도 노력해주시고, 덕분에 노력해주셔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의 아내는 이날 오후 11시쯤 갑자기 119구급차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와 두 발로 걸어 나오는 남편과 상봉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뭔가 이상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119구급차가 앞에서 움직였다"며 "남편이 누워서 나올 줄 알았는데 제2 수직갱도 케이블을 타고 내려가는 길옆으로 걸어서 구조대와 걸어서 나와서, 옆으로 걸어서 구급차를 탔다"고 했다.  


이어 "아직 한마디도 못 나눠봤다. 병원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보조작업자 B씨의 조카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비닐로 텐트를 쳐놓고 있었다고 한다"며 "구급차를 운전 중인 소방대원 말씀으로는 남은 구출 진입로 20여m가 모두 펄로 돼 있어서 구조 시간을 당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간 너무 놀라서 믿어지지도 않고 구조까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다"며 "오늘 밤에 너무 기적적으로 구출될 줄은 몰랐다. 삼촌이 너무 보고 싶다. 대화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다. 


5일 경북소방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저희하고 대화를 나누실 만큼 건강 상태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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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립자들은 갱도)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또 안 들리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밝혔다.


고립자들은 또 이렇게 구조하시는데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가족분들도 누구누구 오셨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시고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재산면에 있는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들에 따르면 이 토사는 약 30여 분 동안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A씨와 B씨는 제1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업체는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119에 신고하고, 고립된 작업자 가족에게 뒤늦게 통보해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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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갱도 내 구조 집입로 확보에는 작업자 36명이 4개 조로 나뉘어 투입됐다. 구조 당국은 광부 2명의 생존 반응 여부 확인 작업과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구조 당국은 이날 '구조 예정 지점' 일대에 천공기 11대를 투입하는 등 생존신호 확인 작업에 속도를 냈다. 전날 뚫린 구멍을 통해 식음료(미음 등)와 의약품, 보온덮게, 가족의 편지 등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소방청은 지하에 구멍을 뚫고 내시경 카메라를 투입하면서 생존자 확인에 힘썼고, 고립 10일째 구조에 성공했다. 고립된 지 약 221시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