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로 숨진 사람들 '희생자' 아닌 '사망자'로 적었다며 반발한 민주당

야당이 이태원 압사 사고로 사망한 국민들을 '사망자'로 표기한 것에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입력 2022-11-01 16:00:04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놓인 근조화 / 뉴시스


민주당,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진 국민들 "사망자 아닌 희생자다"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이태원 압사 사고를 두고 정부가 사고로 숨진 국민들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은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희생자'로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뉴시스


이는 정부가 전날(10월 31일) 서울광장과 이태원 등에 마련한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두고 '사망자'가 아닌 '희생자'로 표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근조'(謹弔) 글씨가 없는 검정 리본을 쓰라는 지침에 대해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며 "오직 희생자의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의 위로, 부상자의 치료 지원에만 집중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청했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박 원내대표 말에 힘을 보탰다. 그는 분향소 명칭을 지적하며 "'사망자'라는 얘기에 국민의 억장이 무너진다. 사망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고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라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5분이 그냥 죽은 사람인가"라고 되물었다.


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 뉴시스


민주당, 설치된 분향소 지적하며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될 정부가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나"라며 "이번 참사에 희생된 분들이 희생자인가 아니면 사망자인가"라며 따져 물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침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분향소를 방문했을 때도 '사망자'라 돼 있었다"라며 "희생자(라는 표현)는 다 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 공무원들에게) 근조 리본에 아무 것도 없는(안 적힌) 검은 리본만 달라고 했다는데 불필요한 지침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고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당내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당 의원총회에서 "(정부가) '희생자가 아니고 사망자다', '참사가 아니라 사고다', 어떻게 이런 공문들을 내려보내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원내대표 / 뉴시스


국민의힘, "지금은 희생자 추모하고 사고 수습에 집중할 때"


한편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시작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오늘 이태원 사고 관련 행안위 긴급 현안 보고가 예정되어 있다"며 "국민들의 슬픔과 충격이 대단한 만큼 정부는 제대로 보고하고 보고 하나하나에도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가짜 뉴스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유가족의 2차 가해뿐만 아니라 국민 분열과 불신을 부추기며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 수습에 집중할 때"라면서 "대형 사고 예방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모을 수 있도록, 국민들도 많이 힘들겠지만 같이 마음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뉴시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사고로 숨진  국민은 총 156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151명(중상 29명, 경상 122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이었던 20대 여성 1명이 상태가 악화돼 이날 오전 8시 49분께 사망하면서 아침 6시 기준 인명 피해 규모에 견줘 사망자는 1명 늘고, 부상자는 1명 줄었다.


사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