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찾아오는 불청객...은행나무 열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바야흐로 가을이다. 오늘(3일) 비가 내린 이후 제법 쌀쌀한 날씨가 찾아온다는 전망이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선선해진다.
가을은 여름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산을 이루는 색과 청명함, 그리고 바람을 타고 오는 '냄새'까지도 말이다.
여름철 사람들의 땀 냄새가 곤욕스러웠다면 가을철엔 은행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길바닥에 터진 은행을 밟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다.
각 지자체는 은행나무와 전쟁을 치른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은 월평균 40~50건에 달한다. 한 자치구에서 30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올 때도 있었다.
이미 은행나무 전쟁 중
자치구별로 이 은행나무 냄새를 없애기 위해 '은행 채취 기동반'을 운영해 길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청소한다.
민원 전화가 들어오면 24시간 이내에 청소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외에도 그물망 설치, 안전성 검사, 암나무에서 수나무로의 교체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악취로 인한 시민의 불편은 끊이지 않는다.
고약한 냄새는 은행의 끈적끈적한 점액 속 '비오볼'이란 성분 때문이다. 곤충으로부터 속살을 보호하는 물질인데 열매껍질이 찢어지면 점액이 새어 나와 악취를 풍긴다.
이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지만 과거에는 암나무와 수나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년이 지나야 했다.
은행나무의 암수 감별 능력은 최근에서야 개발돼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은행나무가 주는 이점도 많아
2020년 기준 서울시 가로수 30만 5086주 가운데 10만 6205주가 은행나무다.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지 않으면 된다고 지적한다.
사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양버즘나무가 가로수로 가장 인기가 많았다. 당시 은행나무는 양버즘나무와 수양버들에 밀려 서울 시내 가로수 3위에 그쳤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으면서 양버즘나무의 큰 잎사귀가 빠른 생장 속도가 건물 간판과 고층 빌딩 창을 가린다고, 또 수양버들 홀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게 두 나무가 물러난 자리를 은행나무가 채우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은행나무가 경관상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로수로써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매연, 그리고 분진 등 공해에 강하다는 점, 껍질이 두꺼워 화재와 병충해 피해가 적다는 점 등이다.
최근 냄새나는 열매를 떨어뜨리는 암나무 대신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으나 편의를 위한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몇몇 사람들은 가을 잠시만이라도 악취를 참고 인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이점만큼이나 시민들이 겪는 불편도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