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절 쫓아냈습니다"...추석날, 할머니가 제일 예뻐하던 손자가 펑펑 운 사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강아지 왔냐며 예뻐하던 손주를 이번 추석 때 쫓아냈다는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입력 2022-09-11 11:37:35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추석 날 외할머니 만나러 갔는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하면 "우리 강아지 왜 이렇게 말랐어"라며 토닥여주시던 외할머니.


이번 추석에도 남성은 외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하며 귀성길에 올랐다. 


그런데 할머니가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쟤 우리 집에서 내쫓아!"라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남성은 할머니의 낯선 모습에 홀로 차 안에 들어가 펑펑 눈물을 흘려야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추석 때 외할머니댁을 방문했다가 쫓겨났다던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우리 엄마도 막내딸이고, 내가 또 막내아들이라 할머니가 굉장히 이뻐했는데"라며 "치매, 이게 말이 되는 병이냐?"라고 물었다. 


해당 사연에 달린 댓글에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남자친구'


한 누리꾼은 "나도 전역하고 할머니랑 아빠랑 셋이서 밥 먹는데 자꾸 나 누구냐고 물어보시더라. 기분이 이상했어. 어릴 때 아빠가 일하러 내려가셔서 나랑 동생이랑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우리 할머니도 치매였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가 '내가 머리가 아파서 너 못 알아봐서 미안해'하고 돌아가셨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치매를 앓은 할머니·할아버지와 관련한 수많은 기억들이 소환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문재인정부 청와대'


고령화사회 되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된 치매...보호자도 정신적·신체적 고통


치매는 뇌의 인지 기능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혹은 그러한 질병을 말한다. 


치매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치매를 '퇴행성 뇌 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로 정의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치매는 노인성 치매로 70대 중반에서 80대 초반 사이 유병률이 높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로망'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는 큰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65세 이상 노인 중 9%가 치매를 앓을 정도로 비율이 높다. 


이러한 치매는 기억력, 전두엽 기능 등의 장애로 시작해 서서히 나빠진다. 치매 노인과 수발하는 가족들에게 육체적 고통은 물론 심적인 고통을 가져다준다.


치매 환자를 집에서 관리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 위탁하는 경우도 많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족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엄마의 공책'


정부의 치매 정책


치매 환자의 가족들 또한 위험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환자가 치매라는 사실에 보호자 대부분은 충격과 부담감을 느낀다. 


불안과 우울, 사회적 고립감 지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를 장기간 돌볼수록 환자의 상태가 차도 없이 악화되는 걸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은 물론 환자를 돌보느라 사회적 제약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보호자가 하루에 치매 환자를 위해 5시간 정도를 소모한다고 한다. 환자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갈등을 경험하고 심신의 고통이 수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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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치매를 국가적·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치매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제2차 보건의료기술 육성 기본계획(18~22년)의 2022년 시행계획'에 따르면 치매는 공익적 가치 중심의 R&D 투자 강화 영역에서 세부 영역인 '고령사회 대응 모든 국민 침애 안심 R&D'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19년 235억원이던 관련 예산은 지난해 392억원으로 66.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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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에서도 뇌 질환 극복 연구사업의 예산을 2021년 78억원에서 2022년 95억원으로 증액했고, 뇌기능 규명 조절기술 개발사업에 72억원을 신규로 배정했다. 


다만 2023년 도입될 것으로 기대됐던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수가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치매 환자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치매 환자와 이를 돌보는 가족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