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고교시절 지독한 왕따를 경험했던 대학생은 '나서서 도와주지 않겠다'던 당시 담임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쓰러질 듯 오열했다.
A씨는 고교 시절 왕따였다. 10대 시절 감수성이 민감하던 때에 당한 따돌림은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남기는데 A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A씨가 "내 손에 땀이 많이 나 지문인식이 잘 안돼서 친구들이 '쟨 사람 새X도 아니라서 그런가보다'라고 비웃어"라고 처음으로 왕따 사실을 밝혔을 때 그의 부모님은 분노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자녀를 보고 부모님은 당장 A씨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해 화를 냈다. A씨는 전학을 가고 싶다고 했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하루를 쉬고 돌아간 학교에서 A씨는 여전히 왕따였다. 담임 선생님은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뻘 수학 선생님이었는데, A씨 아빠의 전화를 받은 후 쉬는 시간마다 A씨를 불렀다.
처음엔 손을 꼭 잡으며 "내가 나이가 많단 핑계로 너희를 너무 방치한 것 같다"라며 사과했다.
그 다음 쉬는 시간에는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냐"라고 물어왔다. A씨는 "난 이 학교를 떠나고 싶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고, 선생님은 정말로 선생님으로서 해야 할 공론화나 가해자 처벌 등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선생님은 지옥 같던 쉬는 시간에 A씨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교무실 청소를 시키고, 자기 자리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러 오라고 불러냈다.
수학 성적이 낮다며 옆에 앉아 쉬는 시간 내내 문제를 풀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A씨는 오랜만에 아침 일찍 등교를 했다가 아무도 없는 교실에 홀로 있는 선생님을 보게 됐다.
원래 A씨는 등교 하자마자 자리에 우유가 터져 있거나 걸레가 올라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이를 치우고자 일찍 등교를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상이 깨끗했다. 아이들 괴롭힘이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랜만에 일찍 등교한 교실엔, 반 친구들이 A씨 책상에 한 낙서를 지우고 있는 선생님이 있었다.
텅 빈 교실에서 A씨 책상을 묵묵히 닦고 있는 선생님을 본 A씨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펑펑 울었다. 이후 A씨는 전학을 포기하고 학교에 남았다.
다만 졸업식은 가지 않았다. 선생님 사진 한 장 없던 것은 아쉬웠기에 친구에게 졸업앨범 속 선생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한 게 전부였다.
A씨는 대학에 갔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얼마 전 A씨는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
A씨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라며 "선생님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안다고,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못 한 게 가슴에 메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방식이, 대놓고 나를 위해 왕따 주동자들과 싸워주지 않은 것이 나 아닌 모든 사람들의 기준에도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눈만 감으면 물티슈를 쥐고 있는 그 주름진 손등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A씨는 이 마지막 진심을 끝으로 글을 마쳤다.
지난 2017년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왔던 해당 사연은 최근 재조명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학생을 진심으로 생각했던 참스승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을 울렸다.
A씨가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했더라도, 선생님은 분명 괜찮았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를 훌훌 털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선생님은 충분히 행복했을 것이다. 참스승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 테니 말이다.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