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제가 식모 같아요"
이자를 더 준다는 통장을 만들어서 저축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 한 아내는 난생처음으로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업주부인 그녀가 한 달에 쓸 수 있는 용돈은 부모님께서 증여해 주신 작은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 32만 원. 그마저도 이것저것 빠지고 나면 남든 건 20만 원 남짓이다.
한 달 용돈으로 쓰기에는 빠듯한 돈. 혹자가 보면 경제 사정이 힘들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의 남편은 다주택자로 월급 외에도 임대 사업을 하면서 들어오는 수입이 꽤 된다.
하지만 남편이 그녀에게 주는 돈은 없다. 아내는 지금 '이혼'을 생각 중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사정과 고민을 털어놓은 여성 A씨에 따르면 결혼 후 지금껏 생활비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의 남편이 얼마나 버는지도 모른다.
부자인 남편은 직접 장을 본다. 관리비, 여행비, 외식비, 식비 등 모두 남편이 지출한다.
남편이 살림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분담하기 때문에 A씨는 생활비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 A씨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에게 "나에 대한 신뢰가 없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단호했다.
그는 보통 '맞벌이 부부는 각자 월급을 관리하고 공동생활비를 똑같이 낸다', '남편이 용돈 받아쓰는 경우는 아내에게 월 30만 원 정도 용돈 받아서 교통비, 식비 해결한다'며 A씨는 월세 받는 게 있으니 용돈이 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결혼 후 2번의 유산을 겪으면서 난임 검사를 받는데 남편은 자신의 검사비용은 자신이, 아내의 검사 비용은 A씨가 각각 나눠 냈다.
이후 남편에게 정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용돈을 벌어보려고 중고거래 플랫폼에 물건을 올리고 이자가 높은 예금 상품을 찾아다니던 A씨는 문득 자신의 삶이 비참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저 지금 잘못 살고 있는 거 맞죠?"
A씨는 마치 자신이 식모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정말 이런 게 가스라이팅인가요?"라며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A씨의 상황을 두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은 가사도우미로 일해도 월급으로 200만~300만 원은 받겠다며 남편이 너무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몇몇은 "남편이 맞벌이 부부 이야기를 했으니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18개월 미만의 영아 자녀를 둔 어머니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업주부는 정규직인 엄마보다 자아존중감 등 금정적인 심리지표가 낮고 우울감과 양육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심리 지표는 높았다.
전업주부가 정규직 어머니보다 양육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것은 전업모가 양육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