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물건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택배기사가 배달 간 틈을 타 택배 차량에 올라탄 고객.
고객은 차량에 있던 택배 상자를 다 헤집어 놓고는 가장 안쪽에 있던 본인 물건을 챙겨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을 하던 중 황당한 일을 당했다는 택배기사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이날 배송 첫 구역에 도착한 A씨는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배송 마지막 구역에 사는 이 고객은 물건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먼저 배송해 줄 수 없냐고 물었다.
이미 배송 순서대로 짐을 실어놨던 터라 A씨는 "그건 어렵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A씨는 일정대로 배달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구역 배달을 마치고 탑차로 돌아온 A씨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비쳤다. 순서대로 쌓아둔 택배 상자들이 뒤죽박죽 섞여 난장판이 돼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방금 전화했던 고객이 A씨가 배달을 간 사이 탑차에 몰래 올라타 본인 물건을 챙겨서 간 것이었다.
막무가내인 고객의 태도에 화가 난 A씨는 결국 경찰에 고객을 신고하기로 했다.
경찰은 고객의 행동이 업무방해죄와 특수절도죄에 해당한다며 사건 접수를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몰래 탑차에 올라탔던 그 고객이었다.
고객은 "너무 죄송하다"며 "가족 캠핑을 가야 하는데 물건이 5일이나 지연돼서 급한 마음에 그랬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행동으로 업무가 지연된 것에 대해 하루 업무를 함께 동행해 돕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고객이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사과하자 화가 누그러진 A씨는 결국 고객을 용서하기로 했다. 하루 일을 돕겠다는 제안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고객은 아침 7시에 직접 택배 사무소로 와서는 A씨를 찾았다. 그러고는 약속대로 A씨와 함께 그날 하루 택배 일을 함께 했다.
A씨는 "(고객이) 정말 몸으로 해보니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았다고 하더라"라며 "헤어질 때 여러 번 더 사과를 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런 사과는 처음이지만 진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고객이 정말 큰 잘못을 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한 것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다니 대단하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준 택배기사님도 멋지고 잘못을 알고 사과하고 갚을 줄 아는 고객도 훌륭하다", "빌런인 줄 알았는데 훈훈한 마무리라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